독신 개호 현실 들여다본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고립감 등 고령화와 비혼화가 만난 사회 현상 탐색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신생아는 줄어들고 노인들은 늘어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무서울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수치를 들여다보면 암울하다 싶을 정도다.
지난해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638만5천559명에 달했다. 전체 인구의 12.7%.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노령화지수는 88.7을 기록했다. 유소년 인구 100명당 노인 수는 88.7명이라는 뜻이다.
대도시일수록 노령화지수는 높아진다.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올해 4월 현재 65세 상 인구는 123만7천181명으로 유소년 인구 123만 2천194명을 앞질렀다. 서울의 노령화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 약 20년 전인 1996년의 노령화지수는 불과 21을 기록했다.
노인 인구만 단순히 늘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도 매우 높다. 2012년의 경우 65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이 49.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2.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회원국 가운데 최고를 기록한 것.
노인 인구 증가 속도에 대처하는 움직임은 무척 둔해 '노후 난민'이 양산될 조심을 보인다. 특히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노부모 부양을 자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는 2006년 60.7%에서 2012년 28.7%로 크게 감소했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고 응답한 노인 비율이 2005년 49.3%에서 2013년 28.6%로 뚝 떨어졌다.
르포 작가 야마무라 모토키 씨는 저서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로 일본이 안고 있는 노인 부양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개호(介護)는 간병과 수발을 포함해 돌보는 일을 가리키는 용어. 여기에는 노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돌보거나 노인끼리 서로 돌보는 노노(老老) 개호, 치매 노인을 돌보다 함께 인지장애를 겪는 인인(認認) 개호,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사는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독신(獨身) 개호 등이 있다.
저자는 이 가운데 독신 개호에 초점을 맞춰 들여다본다. 이유는 고령화와 비혼화가 맞물리면서 독신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 형제가 있더라도 독신자는 돌볼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부모 부양을 떠안기 마련이다. 결혼한 경우라도 배우자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어 자기 부모를 자기가 돌보는 경향이 늘고 있다.
저자는 독신 개호자들이 떠안는 가장 큰 문제로 고립감을 꼽는다. 부모에게 기생충처럼 얹혀살면서 살림이나 축낸다는 주위 시선과 부모를 돌보며 겪는 갈등이 중첩되지만 사회생활이 단절되면서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고통까지 더해진다는 것. 아이를 돌보는 일에는 미래가 기다리지만 고령자를 돌보는 일에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기에 고립감과 허무함은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 심지어 개호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보던 부모를 살해하는 개호 자살·살인까지 발생한다.
일과 개호를 병행하기도 쉽지 않아 부양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홀로 부양하기에 시시때때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일손을 놓고 달려가야 해 직장에서 눈치가 보이는 것은 물론, 업무 능력도 떨어지기 십상이다. 직장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개호라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어 스트레스는 커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일을 그만두게 된다. 한번 그만두면 일터로 다시 돌아가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자는 "어떤 형태든 독신인 사람이 개호를 떠안으면 결혼할 기회가 사라지고 이것이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비혼화 경향을 가속화시킨다"고 안타까워한다. 독신 개호자들에게 부모 부양은 항상 긴장하며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미래를 차분하고 정교하게 설계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그 후유증 등 갖가지 사회현상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판박이처럼 일본을 그대로 뒤따라가는 것만 같다. 독신 개호 현상도 예외가 아닐 듯하다. 그중 하나가 재택화의 흐름. 개호를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개인에게 지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홀로 사는 독신들의 부모 부양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것으로 우려된다.
다양한 경험사례를 제시한 저자는 노부모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마음의 준비를 사전에 하라고 권고한다. 시설에 부모를 맡기고자 할지라도 그 시점을 언제로 해야 할지 기준선을 미리 설정해두라고 조언한다. 고령화 추이가 비슷한 우리나라로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어서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볼 만하다.
이소담 옮김. 코난북스. 244쪽. 1만5천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