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항복 않고 자폭한 러 군함 깃발, 문화재 될까
인천시, 바리야크함 깃발 유형문화재 지정 추진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시가 러·일전쟁 당시 침몰한 러시아 '바리야크(Varyag)'함의 깃발을 시 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바리야크함 깃발을 포함, 인천시립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유물 중 11점을 문화재 지정 심의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시는 8월 12일까지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8월 말 문화재 심의위원회를 열어 문화재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바리야크함은 1904년 2월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함대와 전투를 벌이다 패전 위기에 몰리자 항복 대신 자폭을 선택했다.
바리야크함 깃발은 이 군함에 걸려 있던 깃발로 가로 257㎝, 세로 200㎝ 크기다.
이 깃발은 일본 해군이 수거해 인천향토관에 보관되다가 1946년 개관한 인천시립박물관에 인수됐다.
러시아에서 바리야크함은 조국에 대한 충성과 희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3년 방한 당시 당일치기 일정 중에도 바리야크함 희생 장병 추모비가 있는 인천 연안부두를 직접 방문, 헌화했다.
러시아는 역사적 의미가 큰 바리야크함 깃발의 반환을 요청했지만 인천시는 이 깃발이 약탈 유물이 아니라 습득 유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러시아의 반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바리야크함 깃발은 2009년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박물관에서 '바리야크함 유물전'이 열릴 당시 임대돼 105년만에 고국 땅을 찾기도 했다.
러시아는 깃발 대여 기간을 10년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는 장기 대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유물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작년에 반환받아 시립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리야크함 깃발이 한반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 제국주의 국가의 산물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어 시 문화재 지정에 진통이 따를 수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13년 시가 바리야크함 추모관 설립을 검토하자 다른 나라 앞바다에서 전쟁을 벌인 국가의 유감 표명도 없이 추모관을 설립할 순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
아울러 시 유형문화재 58점 중 외국 유물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화재 지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건축물 3곳을 제외하면 현재 인천시 지정 문화재 중 외국 유물은 없다.
시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서도 외국 유물을 문화재로 지정한 사례가 있다"며 "바리야크함 깃발은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문화재 지정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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