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그리스 3년전으로 후퇴…잃어버린 입지 회복 걱정"
변화에 대한 기대와 개혁 이행에 대한 불안감도
<그리스 르포> "이 길밖에 없다…기다렸던 결과"(종합)
유로존 잔류에 안도…"어려워지겠지만 어쩔 도리 없어" 체념
기업인 "그리스 3년전으로 후퇴…잃어버린 입지 회복 걱정"
변화에 대한 기대와 개혁 이행에 대한 불안감도
(아테네=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3차 구제금융을 개시하기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일주일 전 채권단 협상안을 거부한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될 때와 같은 환호는 없었다.
그리스 국민들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불안이 해소된 데 대해 안도감이 우선했다.
이런 안도감 뒤에는 앞으로 증세와 연금지출 삭감 등 개혁조치들로 생활이 더 어려워지겠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체념이 자리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일주일 전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61.3%가 '반대'했다. 이날 최종 합의된 협상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진 협상안보다 긴축 규모를 늘린 것임에도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것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표심은 '유로존 잔류'에 있었다면서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이 그리스의 이런 의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바랐다고들 해왔다.
공무원인 40대 스텔라 길바니(여) 씨는 최종 합의 소식에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될 걸로 믿고 있었다"면서 "좋든 싫든 이 방법밖에 없다. 비록 우리에겐 힘든 길이 되겠지만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로존이 아무리 그리스를 탈퇴시키려 해도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이런결정밖에는 못 내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0대 회사원 안겔로스 씨는 "이렇게 가는 것이 옳다"면서 "모든 사람이 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유로존에 있기를 바란다. 혹시 1년 후에 스페인이 그리스와 똑같은 일을 당할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 그럼 유로존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유로존이 당연하고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당원인 50대 회사원 안토니스 살라미 씨도 "그리스가 살 길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면서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것이 승리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대학을 졸업한 디오니시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 정부가 이전보다 더 많은 긴축조치들을 내놨다고 하지만 어려워지는 건 마찬가지다. 유로존 이탈 우려가 사라진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그리스는 밑바닥까지 왔다. 지금부터 새롭게 변해야만 하는데 어떻게 나아갈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업인들도 그렉시트를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이미 악화된 경영 여건이 회복될 수 있을지를 우려했다.
에너지 분야 업체인 헬리오스타트(Heliostat)의 크리스토스 코레스 사장은 "이번 합의는 그리스 경제에 재앙인 그렉시트에서 그리스를 꺼낸 만큼 분명히 재계에 매우 긍정적인 결과"라고 환영했다.
그는 "지난 6개월은 그리스를 3년 전으로 후퇴시켰다"면서 "자본 통제가 그리스 기업 환경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물론 앞으로 조치들도 그리스 국민들과 중소기업들에 매우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냉난방업체인 에어렉스 헬라스(Airlex Hellas)의 간부 니코스 살마타니스 씨는 "합의는 그리스 기업들에 절실한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한 은행 자본통제로 그리스 경제가 매우 힘든 때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들이 잃어버린 입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매우 신속하게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로선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에 살아남았다. 다시 공은 그리스에 넘어왔다.
일간 카티메리니는 이날짜 사설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했지만 시리자를 희생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그리스'를 확실히 하는데 착수하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모든 이념과 차이들을 제쳐놓고 압도적인 그리스 국민이 지지한 국가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솔리오티스는 "지금까지 그리스 사회에 존재했던 환상주의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의 미래는 나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정치권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야니스 차무르겔리스 에게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개혁조치들을 약속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만 이번 합의가 유지될 것"이라며 "이전 두 차례 구제금융 지원에서와 마찬가지로 개혁 조치 이행에 의구심이 생기면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굳건하게 개혁들을 이행해나가고 국민들도 고통스럽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여건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려 6개월에 걸친 그리스 2차 위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나온 이날 합의에 그리스인들은 '유로존에 남았다'는 사실에 위안삼고 착잡한 심정으로 출근길을 서두는모습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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