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폭발 원하청 9명 피의자 조사…대상 늘 듯
경찰 "녹색기업 지정돼 관리 더 소홀"…희생자 보상합의 완료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 저장조 폭발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에 책임이 있는 원·하청 관계자 9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수사본부를 설치한 울산 남부경찰서는 폐수 저장조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팀장 이모(46)씨, 환경 관련 부서 팀장 안모(47)씨 등 원청업체인 한화케미칼 관계자 7명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작업 전 안전조치와 관리감독 소홀 여부를 전반적으로 조사했다.
특히 저장조 내부 악취와 가스를 제거하는 설비의 밸브가 잠겨 있었던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설비는 저장조 내부에 악취와 유독물질을 동반한 가스가 차면 이를 생물학적으로 분해하는 폭기조(생물반응조)로 옮기는 역할을 하는데, 사고 당시 가스를 내보내는 밸브가 잠겨져 있는 바람에 저장조 내부에 가연성 가스가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들이 폭발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중점적으로 캐물었다.
경찰은 또 하청업체 현대환경산업 대표 이모(54)씨와 현장소장 김모(47)씨도 피의자로 소환, 작업 관리감독과 안전교육을 소홀히 한 혐의로 조사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9명 외에도 한화케미칼 관계자 가운데 추가로 입건대상자를 선정,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 과정에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이 환경부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폐수 관리에 대한 행정기관의 지도·점검을 받아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환경부는 환경경영시스템 구축, 자원·에너지 절약, 환경오염물질 저감 등 녹색경영 성과가 우수한 사업장을 녹색기업을 지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녹색기업으로 지정되면 지도·단속 위주의 사후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자율적으로 환경개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996년부터 약 20년 동안 녹색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울산2공장은 아무런 간섭없이 폐수 관리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해 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폐수는 위험물이 아니어서 소방당국의 지도·점검 대상도 아니다"면서 "사실상 폐수 저장조가 행정과 소방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채 운영된 셈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는 폐수처리장 덮개가 설치된 95개 업체 대해 구·군과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사고 현장에서 4차 합동 감식을 벌인다.
이날 감식은 그동안 현장에서 수거한 배관 등 설비 잔해물을 모두 조합, 폭발 전 저장조 구조가 어땠는지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경찰 등은 이 작업을 통해 발화원을 찾는 등 폭발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사고로 희생된 근로자 6명에 대한 보상합의가 이날 모두 마무리됐다.
희생자 유가족과 한화케미칼 등에 따르면 6명 가운데 5명은 지난 11일 합의가 완료됐고, 나머지 1명도 13일 합의했다.
이로써 유가족들은 연고가 있는 부산과 대구로 이동해 장례식을 치렀거나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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