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절망 속에 유로존 처분 기다리는 그리스인들

편집부 / 2015-07-13 08:45:17


<그리스 위기> 절망 속에 유로존 처분 기다리는 그리스인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더 혹독한 긴축이냐, 아니면 아무도 가지 않았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라는 불확실한 미래냐.

그리스인들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중 어느 쪽이 더 희망적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12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이 모여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던 그 시간, 자신들이 처할 운명을 체념한 듯 기다리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아테네 해변에서 음식을 파는 차랄라보스 니콜라우(65)는 "나는 늙고 못 배웠지만 어렸을 때 늘 내가 그리스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며 "그렇지만 지금 유럽 사람들은 우리를 짐승처럼 다루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망가진 나라에서 죄수처럼 자라야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구제금융 여부를 놓고 두 편으로 갈려 격론을 벌이고 있는 동안 그리스 사람들의 삶은 '유예' 상태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길게 늘어서 하루 50∼60유로를 찾아 기다려 근근이 살아가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파는 기오르기오스 찬디스는 "다음 주에 가려던 여름휴가를 취소했다"며 "협상안이 타결되면 상황이 좀더 나아질 수 있고 그러면 휴가를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걱정하면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체념한 듯 웃었다.

그리스 국민 대부분이 유로존에 남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리스 정부가 내놓은 강도 높은 긴축안도 마지 못해 지지했으나 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은 그보다 더 가혹한 것이었다.



일하던 방송국이 4년 전 문을 닫으며 실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바실리스 케팔리디스(47)는 "유로존에 남기를 원하지만 모든 그리스인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진 채로 남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오랜 긴축으로 삶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그리스인들 입장에서는 협상이 타결되나 그렉시트로 가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안드레아스 타세오폴루스는 "어떻게 되든 희망이 없다. 분명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독일에 대한 분노도 표출됐다.

테살로니키에 사는 연금 수급자 파나지오티스 알렉시아디스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가리켜 "그는 인간이 아니다"며 "그들은 우리가 게으르다고 하는데 나는 9살 때부터 67살인 지금까지 줄곧 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추가 긴축이든 그렉시트는 모두 그리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정부의 협상 전략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페터 파파스는 "나는 좌파지만 이번 국민투표처럼 이상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정부가 유로존 탈퇴를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재무장관이 사임했다. 도대체 그 돈과 시간을 들여 국민투표는 왜 한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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