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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신났다! (피닉스 AP=연합뉴스) '노이즈 마케팅'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최근 미국 공화당 등록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로 부상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약 3천500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
미 공화 `막말 트럼프'와 거리두기…대선 그르칠까 경계
힐러리, 트럼프와 공화 지도부 싸잡아 비난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겨냥한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는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로 노골적인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자칫 히스패닉 사회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폭탄성 발언의 파장으로부터 당과 다른 대선 주자들을 보호하려는 차원이다.
공화당의 1인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다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트럼프보다 훨씬 더 책임 있는 위치들에 있다"며 "다른 주자들은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나도 그렇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주자의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CNN의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나와 트럼프를 '레킹 볼'(wrecking ball·철거할 건물을 부수기 위해 크레인에 메달아 휘두르는 쇳덩이)에 비유하며 맹비난했다.
그레이엄은 "불법이민자 문제는 당에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을 제공할 것"이라며 "만일 공화당이 트럼프의 시각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길을 잃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레이엄은 그러면서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강간범이라거나 마약거래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들을 친구이자 이웃으로, 또 친척으로 둔 히스패닉 사회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려면 히스패닉 사회와 더 잘 지내야 하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보여주려면 트럼프의 선동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는 11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공개 유세를 하고 "나라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한다"며 "물처럼 흘러들어오는 불법이민자들은 우리나라에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멕시코 정부가 불법이민자 한 명에 10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을 향해 "이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트럼프의 불법이민자 발언을 마냥 깎아내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불법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화당 지지자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전날 피닉스 유세에서 수천 명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발언에 열광한 것은 이를 바로 보여준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침묵하는 다수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대선을 겨냥해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다독이는 쪽으로 전략을 짜야 하지만, 동시에 당 지지 기반인 이 같은 기류도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런 가운데,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을 다소 두둔하는 듯한 목소리도 나온다.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주자인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최고경영자)는 ABC의 '디스위크'에 출연해 "트럼프는 우리가 매일 매일 듣는 분노를 건드린 것"이라며 "국경을 강화하고 (불법이민자들의) 피난처를 없애라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극단적인 주장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 2세인 니키 해일리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는 NBC의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이민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시각은 이해하지만, 존경과 존엄을 갖고 말했으면 한다"며 "우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트럼프와 공화당 전체를 싸잡아 '반(反) 히스패닉' 정당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CNN에 방영된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의 발언이 매우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공화당 지도부가 즉각적으로 '발언을 그만두라'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 아주 유감스럽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불법이민자 구제조치를 골자로 한 이민개혁을 주도해온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발언 파동을 고리로 공화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히스패닉계 표심을 확실히 끌어안으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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