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행사에 게이 인권운동가 첫 초청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파라과이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톨릭 행사에 동성애 인권운동가가 초청됐다.
교황의 행사에 동성애 인권운동가가 공식 초청돼 참석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여서 교황청의 동성애 반대 입장에 향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과 1천600여 명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 현지 동성애 인권단체 소모스게이(SOMOSGAY) 대표 시몬 카살이 초청받아 참석했다.
카살은 파라과이 주교 회의의 결정으로 행사에 초청됐으며, 행사에서 그가 교황과 직접 대면해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종교학자와 동성애 인권 운동가들은 교황이 참석한 행사에 동성애 인권 운동가가 공식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모스게이('우리는 게이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측은 이번 초청이 동성애 인권을 향한 가톨릭 교회의 중대한 태도 변화라고 평가했다.
카살은 "국민의 90%가 가톨릭인 파라과이에서 대부분의 국민은 교황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번 초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카살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배우자인 세르히오 로페스와 결혼했고 파라과이에서 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다.
파라과이는 성차별 금지법이 존재하지 않는 매우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파라과이의 가톨릭 신자 80%와 개신교 신자 87%가 동성 결혼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중남미에서 가장 높다.
2013년 취임한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선거 운동 때 공식 석상에서 동성애자 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카살은 파라과이 정부가 동성애자 인권에 관심 가질 것을 촉구하며 지난 10년 동안 파라과이에서 54건의 성전환자 살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로페스는 이번 초청을 동성애자 인권 수호라는 큰일을 이루기 위한 작으면서도 큰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단체인 'ILGA'의 헬렌 케네디공동대표는 "이번 초청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며 "지역의 LGBT 단체들이 이번 초청을 이용해 반 차별 법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대주교 시절 동성 결혼 합법화에 적극 반대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물론 인권 운동가와도 이 문제로 불화를 빚었다.
하지만 교황이 된 후 전임 교황들보다 동성애에 대해 훨씬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교황은 2013년 7월 기자들에게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며 동성애자에 대해 온정적인언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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