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호주 교통위반 벌금…특권 뒤로 숨은 외교관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는 교통 위반에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면서 교통법규 준수를 유도하고 있다. 단속에 걸린 일반인은 보통 꼼짝없이 벌금을 내야 하지만 호주에서 활동하는 일부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이용, 이를 내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시드니모닝헤럴드 일요판인 선헤럴드에 따르면 수도 캔버라 주재 외교관들이 지난 3월 2일까지 1년 동안 주차나 신호 위반, 과속 등에 따른 벌금을 내지 않는 사례는 약 3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납 액수만 7만 5천 호주달러(6천300만 원)였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2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우디 외교관들은 1년 전 조사에서도 125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3일에 1번꼴로 미납 벌금이 발생한 셈이다.
사우디 외교관들은 신호 위반으로 989 호주달러(83만 원)의 벌금을 받은 것을 포함해 미납 총액은 2만 5천 호주달러(2천100만 원)였다.
러시아 외교관들이 24건으로 사우디 뒤를 따랐지만 1년 전 같은 기간의 49건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러시아 외교관들은 주로 주차 위반으로 적발됐으나 지난해 3월에는 과속으로 각각 929 호주달러(78만 원)와 1천449 호주달러(122만 원)를 부과받았다.
그다음으로 요르단(22건), 리비아(11건), 쿠웨이트·파푸아뉴기니(각 9건), 아랍에미리트(8건), 이집트·미국(각 7건), 아프가니스탄(6건)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나이지리아의 한 외교관은 지난해 11월 빨간 불을 무시하고 달리다 1천714 호주달러(144만 원)의 벌금 통지서를 받았다. 약 300건의 미납 사례 중 벌금액이 가장 많은 경우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관은 7살 미만의 어린이에게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았다가 387 호주달러(33만 원)를, 멕시코 외교관은 비보험 차량을 몰다가 693 호주달러(58만 원)의 벌금을 각각 받았다.
호주는 교통위반에 대해 무거운 벌금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 한 예로 초등학교 등 학교 주변의 차량 제한 속도를 60~70㎞로 하다가 등하교 때는 40㎞로 제한하는 데 운전자들은 주의 소홀로 종종 200 호주달러(17만 원) 안팎의 벌금을 부과받는 실정이다.
신문은 1961년 빈협약에 따른 면책 특권으로 이들 외교관으로부터 벌금을 받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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