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만난 친선특급> 헤이그 밀사 후손 조근송씨

편집부 / 2015-07-12 09:00:20

<미리만난 친선특급> 헤이그 밀사 후손 조근송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대한제국의 주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으로부터 1년 반이 지난 1907년 고종으로부터 밀서를 받은 이준 열사는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실상은 냉혹했다. 헤이그 특사들은 일본의 견제와 강대국의 무관심 속에 만국평화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고, 이 열사는 10여일 뒤인 1907년 7월 14일 헤이그 시내의 숙소에서 순국했다.

이 열사의 108번째 기일인 14일 외증손자인 조근송(60)씨가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의 일원으로서 이 열사의 발자취를 되짚는 행로에 나선다.

조씨는 "친선특급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라면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대륙을 종횡무진하던) 옛 정체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씨와의 일문일답.

-- 108년전 이준 열사의 행로는 어떠했는가.

▲ 덕수궁에서 밀서를 받은 이준 열사는 고향에 잠시 들렀지만 '어딜 다녀오겠다'고만 하신 뒤 곧장 부산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다. 거기에서 이상설 선생을 만난 뒤 자금을 모금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공사의 아들인 이위종 의사가 통역 역할로 합류해 셋이서 헤이그로 향한 것이다.

이 열사는 최초의 근대법학교육기관인 법관양성소 1회 졸업생으로 한국 초대 검사로 여겨지는데 그래선지 최근에는 현직 검사들도 그 루트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르쿠츠크까지밖에 못가게 돼 안타깝다.

적어도 자유시 참변의 현장이었던 곳까지는 가보고 싶었다. 러시아에서 독립운동했던 분들은 남한에선 빨갱이 취급을 받고, 북에서는 김일성에게 공을 빼앗겨 너무 알려지지 못한 면이 있다.

--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친선특급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남북한이 갈리면서 남쪽 젊은이들은 섬나라 사람처럼 살아왔다. 반면 옛분들은 다르다. 제 아버지는 쉰에 저를 낳으셨는데 러시아, 중국, 동남아, 유럽 등을 바로 옆나라처럼 이야기하는 분이셨다. 함경북도 청진의 민족계 무역회사 전무로, 갖고 계시던 배를 팔아 독립자금을 대기도 하셨는데, 만주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를 다 아셨다. (대륙을 무대로 삼은 아버지 같은 분들과) 분단 이후 세대는 개념이 다를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옛 정체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 통일이 돼야 하고, 통일이 되려면 근본적으로 남북한 정치세력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겨레는 같은 공동체이고 형제나 다름 없는 것이다.

-- 아버님은 분단 이후에는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없으셨겠다.

▲ 쓸래야 쓸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이준 열사의 아들로 독립군 대장이었던 이용(李鏞) 장군과 함께 1946년 남으로 내려왔다. 다만 이용 장군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남쪽 단독정부 수립이 안 되고 통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암살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후 이 장군은 북한 내각에서 요직을 지냈는데, 그 바람에 남쪽에선 잊혀진 이름이 돼 있다.

-- 이준 열사의 시신은 헤이그에 안치됐다가 1963년 수유리 묘지로 이장됐다고 들었다. 자주 찾아뵈시는가.

▲ 매년 기일마다 찾아뵙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출발하는 날이 하필 이 열사의 기일과 겹쳐서 직접 가보지는 못하게 생겼다. 친일성향의 강단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그분이 병사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 부분은 여전히 정확하지 않다. 이 열사가 자살했다고 나와 있는 일본 서류도 있다. 1962년 이장 당시 같이 묻힌 진단서를 직접 확인하려 했는데 없어졌더라. 일본측이 없앤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은 공식적으론 분사(憤死)라고 한다.

-- 이번 친선특급에서 꼭 찾고 싶은 의미가 있다면.

▲ 잊혀진 역사를 알아야 앞으로 갈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짧은 기간 얼마나 가능할지는 몰라도 연해주 항일운동의 대부로 꼽히는 최재형 선생의 고택을 비롯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효시가 된 인물들의 흔적을 되짚고 싶다. 그분들의 자취를 볼 수 있어 후손으로서 남다른 감회가 있고 막연한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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