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들고 튀어라' 속고 속이는 보이스피싱 조직

편집부 / 2015-07-12 09:00:07
인출책이 수금책 뒤통수친 '먹튀' 속출

'돈을 들고 튀어라' 속고 속이는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이 수금책 뒤통수친 '먹튀' 속출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제가 지금 그 사람을 은행 앞에서 봤거든요? 저랑 같이 그를 데리고 경찰서로 가주시면 안 되나요? 빨리 와주세요."

지난 5월 18일 오후 4시께 자신을 최근 발생한 폭행 사건 피해자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가해자를 봤다는 다급한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의 한 은행으로 출동, 창구에서 막 2천400만원을 찾은 최모(25)씨를 잠실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하지만 최씨는 폭행사건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고자도 전화기를 꺼버려 연락이 두절됐다. 최씨는 결국 지구대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인출책이자 통장 명의를 빌려주는 역할인 이른바 '통주'를 맡은 최씨가 국내 총책 강모(31)씨와 미리 짜고 벌인 상황극이었다.

원래 최씨는 찾은 돈을 주변에서 기다리는 수금책에게 건네야 했다. 돈을 빼돌리기 위해 마치 보이스피싱 범행이 경찰에 발각된 것처럼 수금책에게 보이게끔 상황을 꾸민 것.

이 조직은 최근 대포통장을 이용한 출금이 어려워지자 인출액의 5∼10%를 수수료로 떼주고 통장 명의를 빌려주고 돈까지 인출해주는 통주 8명을 직접 고용했다.

하지만 이 통주들이 조직에 들어오면서 서로 속고 속이는 인출금 '먹튀'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24일에는 또 다른 통주 김모(49)씨가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은행에서 수금책 박모(40)씨 등을 따돌리고 통장을 갖고 달아났다.

이에 박씨 등은 김씨를 찾아가 문신을 보여주며 "가족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돈을 찾아오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서로 돈을 갖겠다고 아웅다웅 하는 새 조직은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고, 조직원들은 서울과 경기 안성 등지에서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아 검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지난 3월부터 두달여간 11명에게서 약 2억5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최씨 등 5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중국 총책과 국내 총책 강씨의 뒤를 쫓는 한편 피해액 중 7천800만원을 환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영입한 통주들이 중간에 돈을 가로채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폭력조직이 통주들을 사주한다는 정황도 확보해 추가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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