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젊은이들'…보이스피싱 피해자이자 가해자

편집부 / 2015-07-12 05:41:00
피해자 57%, 인출책 75%가 20∼30대

'슬픈 젊은이들'…보이스피싱 피해자이자 가해자

피해자 57%, 인출책 75%가 20∼30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누가 속을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르신들이나 속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젊은층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고, 또 종종 가해자가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돈이 있는 20∼30대가 보이스피싱의 표적이 되고 다른 한편 생활 형편이 어려운 20∼30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실정이다.

12일 경찰청이 3월 29일∼6월 25일 보이스피싱 범죄 3천463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피해자의 연령이 20대인 비중이 32.9%로 가장 많았다.

30대가 24.2%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20∼30대가 전체 피해자의 과반(57.1%)이나 됐다.

40대는 13.3%, 50대 14.1%, 60대 18.4%, 70대 이상 15.5%로 고령층은 젊은 층보다 비중이 작았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젊은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대는 지난해 18.8%에서 올해 32.9%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고, 30대도 같은 기간 19.5%에서 24.2%로 증가했다.

이와 달리 60대 이상의 비중은 33.9%에서 14.3%로 반 토막이 났다.

젊은층의 피해가 늘어난 이유를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의 변화에서 꼽고 있다.

최근 들어 가짜(피싱)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금융정보를 캐낸 뒤 범인이 직접 인터넷뱅킹을 통해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피싱결합형'이 유행하고 있다.

이 범죄에 속아 넘어가려면 피해자가 인터넷을 조작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20∼30대가 범죄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여성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결혼 등을 대비해 목돈을 저축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고, 수사기관 사칭에 쉽게 속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이스피싱 분석을 보면 여성이 69.0%로 지난해 65.2%에서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보기에 20∼30대 여성이 모아놓은 돈도 있고 인터넷뱅킹도 할 줄 알아 '효율적인' 피해자"라며 "여성들은 아무래도 수시기관 관련 직·간접 경험이 적어 수사기관 사칭에 남성들보다 더 속는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20∼30대는 반대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장 많이 가담하는 연령층이기도 하다.

경찰이 3월 29일∼6월 25일 검거한 보이스피싱 인출책 484명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45.0%, 30대가 30.2%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인출책 4명 중 3명은 20∼30대인 셈이다.

젊은층이 왜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전락했나. 직업과 범죄가담 경위 분석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검거된 인출책의 83.2%가 무직이었다. 인출책의 절반가량은 구인·구직사이트(20.7%)나 지인의 소개(29.8%)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

결론적으로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20∼30대가 아르바이트 거리라도 찾다가 '고액 알바'라는 꼬임에 넘어가 보이스피싱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구속한 김모(27)씨의 사례를 보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무직자인 김씨는 1월 초 인터넷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일당 20만원'짜리 구인광고를 보고 회사에 연락했다.

당시 구인 광고에서는 하는 일이 은행 송·환금, 출납업무라고 했지만, 회사 측이 알려 준 업무는 불상의 사람에게서 체크카드를 받아 돈을 찾는 일이었다.

김씨는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찾아주는 것'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을 반신반의했지만, 그 일을 하게 됐다. 사흘 일하고 90만원을 벌 정도로 벌이가 좋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출업무를 한 지 사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지만, 경찰에 적발되지 않으면 친구나 후배에게 인출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젊은이들을 인출책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불법인 줄을 알면서도 벌이가 좋아 애써 자신의 범행에 눈감기도 한다"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