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르포> "예금인출 제한 계속된다" 소문 나돌아

편집부 / 2015-07-11 19:43:50
"은행문 열면 돈 찾으러 몰려들 가능성…인출 제한 유지될 것"
자본통제 2주일째…식당·상점 '현금 계산' 요구 늘어


<그리스 르포> "예금인출 제한 계속된다" 소문 나돌아

"은행문 열면 돈 찾으러 몰려들 가능성…인출 제한 유지될 것"

자본통제 2주일째…식당·상점 '현금 계산' 요구 늘어



(아테네=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그리스에서 예금 인출 제한이 계속될 것이라는 추측과 소문이 나돌고 있다.

오는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구제금융 협상 재개를 결정하더라도 예금 인출 제한이 곧바로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구제금융 협상 재개 결정이 임박하면서 협상 재개 이후 상황을 예상하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런 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소문의 근거는 이렇다. 협상이 재개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에 의존해온 그리스 은행들의 자본확충 논의가 시작되고, 여기서 예금자 '헤어컷(손실)'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이 다시 문을 열면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예금자들이 대거 몰려가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은행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예금 인출 제한은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2주일 동안이나 하루 60유로(약 7만5천원)에 묶인 예금 인출 제한에서 비롯된 현금 수요에다가 헤어컷 불확실성이 가세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2013년에 이웃 키프로스에서 있었던 은행 자본확충 과정에 대한 기억이 이런 추측과 소문의 '심증'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키프로스 예금자들은 헤어컷을 당했고, 자본 통제가 위기 이전수준으로 복귀하는 데 2년이 걸렸다.







회사원 쿨파스 씨는 "지금은 하루 인출 한도가 60유로지만 은행 영업이 재개되면 인출 한도를 조금씩 올릴 것이라는 얘기를 금융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아그릴피우리스 씨는 "은행 정상 영업은 9월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탈세를 억제하기 위해 카드 사용을 강제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현금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현금 인출 제한을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스에선 부자들은 이미 돈을 해외로 빼돌렸기 때문에 은행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은행에 목돈을 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들 한다.

정부가 예금에 헤어컷을 단행하면 결국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믿고 은행에 예금을 그대로 놔둔 사람들만 불이익을 당하는 꼴이 된다.

아테네의 한 택시 기사는 "은행에 돈이 조금 있는데 예금 인출 제한으로 갚아야 할 돈도 못 갚았다"면서 "예금 인출이 계속되더라도 은행 때문에 이자가 늘어나선 안 된다"고 걱정했다.

국민투표에서 '찬성'에 투표한 콘스탄티아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혼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자본 통제와 예금 인출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들이 나도는 가운데 식당과 상점들에서 현금으로 계산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저녁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아테네의 리카비토스 언덕에 있는 한 카페는 "카드는 안 된다. 현금으로 계산해달라"고 요청했다.

종업원은 "오늘 낮에 사장이 지시했다"면서 "잘 모르겠다. 현금이 부족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꼬리를 흐렸다.

같은 날 아테네 해변에 있는 한 식당도 카드 대신 현금으로 계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2주일에 걸친 자본 통제 속에서 정부가 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강조한 탈세 억제가 거꾸로 흘러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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