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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라과이 도착 교황 "민주주의·인권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아메리카 3개국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파라과이에 도착, 민주주의와 인권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AP, d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볼리비아를 떠나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오라시오 카르테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형식적인 민주주의에 안주하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몇 년간 파라과이는 굳건하고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건설하려고 노력해왔으며 만족스러운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인권을 더 발전시키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 발언은 과거 파라과이의 장기 군사독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파라과이는 1947년부터 2008년까지 현 집권당인 콜로라도당이 정권을 독점했다. 이 가운데 1954~1989년에는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도 거쳤다.
2008년 4월 대선에서 가톨릭 사제 출신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권이 바뀌었으나 2012년 유혈충돌 후 의회 탄핵으로 쫓겨났으며, 이듬해 대선에서 우파 성향인 콜로라도당의 카르테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교황은 19세기에 파라과이가 겪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와의 잇따른 전쟁 등 인접국과의 분쟁의 역사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파라과이는 독립했을 때부터 최근까지 전쟁과 동포 간의 갈등, 자유의 부족, 인권에 대한 무시 등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며 "자신의 과거와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이 정의에 단단하게 뿌리를 두고 증오와 복수를 거부한다면 그 과거는 평화로운 공존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에 영감을 줄 것"이라며 "형제끼리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아울러 폭력과 마약밀매를 근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 행정 투명성을 높이고 부패와 맞서 싸우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라과이에서도 평범한 사람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행보를 이어갔다.
공항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은 교황은 교황 차량을 타고 아순시온 시내 중심지까지 13㎞를 이동하면서 시민들과 눈을 맞추고 어린이들을 쓰다듬어 축복하는 등 가까이서 교감했다.
또 도중에 여성 교도소에 들러 재소자들과 만났다. 재소자들은 합창으로 교황을 맞이했다.
한편, 교황은 카르테스 대통령으로부터 '파파 프란치스코'라고 마킹된 국가대표 축구팀 유니폼과 현지 예수회 선교사들이 짠 전통 직물을 선물로 받았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이를 전달하면서 앞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교황에게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낫과 망치 모양 십자가를 선물해 논란이 불거진 것을 빗대 "이 선물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교황은 파라과이에서 12일까지 머물며 성모 마리아 성소가 있는 카쿠페와 아순시온 빈민가에서 각각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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