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조편성의 비밀…'톱랭커'끼리 모은다
메이저챔프 우대… 박인비, 최나연, 김효주 등 특급 대우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여자프로골프 최고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인 박인비(27·KB금융)는 1, 2라운드 36홀 경기를 후배 김효주(20·롯데), 그리고 '장타왕' 브리타니 린시컴(미국)과 치르고 있다.
최근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주가가 부쩍 오른 최나연(28·SK텔레콤)은 미국 여자 골프의 간판 격인 크리스티 커(미국)과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을 1, 2라운드 파트너로 만났다.
이렇게 1, 2라운드 36홀 경기를 함께 치르는 선수 3명을 묶는 게 조편성(페어링)이다.
실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겠다며 코스를 가혹하게 조성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미국골프협회(USGA)는 조편성에서도 간혹 잔인한 면모를 드러낸다.
서로 껄끄러운 선수끼리 몰아넣거나 라이벌 선수를 같은 조에 집어넣는 등 선수들의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US오픈과 US여자오픈 등 미국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대회 조편성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은 명문화된 것이 아니지만 대체로 US오픈과 US여자오픈에서는 예외 없이 지킨다.
전년도 챔피언은 반드시 미국골프협회가 주관한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와 1, 2라운드를 동반한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 미셸 위(26·한국 이름 위성미)는 작년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챔피언 크리스틴 질먼(미국)과 1, 2라운드를 치른다.
이들과 함께 1, 2라운드를 치르는 모 마틴(미국)은 작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 US여자오픈 1, 2라운드 조편성에서 전년도 우승자, 전년도 아마추어선수권자, 전년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를 묶는 것은 관행이다.
올해도 물론 이 관행은 유지됐다.
두번째 원칙은 최정상급 선수는 되도록 이름없는 하위권 선수와 동반 플레이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리고 가능하면 최정상급 선수는 최정상급 선수끼리 묶는다.
이때 최정상급 선수의 기준은 최근 메이저대회 성적이다.
박인비-김효주-린시컴이 1, 2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치는 이유는 이들 셋이 최근 치러진 메이저대회 우승자라는 사실이 감안된 것이다. 김효주는 작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마스터스 챔피언이다. 린시컴은 올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을 제패했고 박인비는 지난달 열린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챔피언십 우승자이다.
최나연-커-톰프슨도 메이저대회 우승자 그룹이다. 커는 2007년, 최나연은 2012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이며 톰프슨은 작년에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은 올해부터 이름이 ANA인스퍼레이션으로 바뀌었다.
카리 웨브(호주)-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펑샨샨(중국)도 메이저대회 챔피언조이다. 게다가 이들 셋은 메이저대회 가운데 LPGA챔피언십 우승 경력을 공유하고 있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한국 이름 고보경)는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은 없지만 2011년 US여자오픈챔피언 유소연(25·하나금융), 2001년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함께 1, 2라운드를 치른다. 세계랭킹 2위라는 리디아 고의 위상을 감안한 조편성이다.
세번째 원칙은 '팬 서비스'이다.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한 선수를 모으는 방식이다.
폴라 크리머(미국)-마리아호 우리베(콜롬비아)-제시카 코르다(미국)는 '미녀 삼총사'다. LPGA투어에서 미모와 옷 맵시가 가장 빼어난 선수 3명을 묶어 팬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플레이 스타일이 시원시원한 김세영(22·미래에셋),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호주 동포 이민지(19)가 1,2라운드를 함께 치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상업성과 거리가 멀다고 자부하는 미국골프협회지만 팬 서비스 차원에서 화끈한 조편성을 마다하지 않는다.
2012년 US오픈에서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그리고 그해 마스터스 챔피언 버바 왓슨을 1, 2라운드 같은 조에 편성하자 구름 관객이 몰렸다.
당시 세계 랭킹 1∼3위 루크 도널드, 로리 매킬로이, 리 웨스트우드를 묶은 '세계랭킹 톱3' 조편성도 화제가 됐다. 이들은 모두 영국 선수들이라 영국TV 방송의 환영을 받았다. 당시에는 최경주, 양용은, 김경태 등 한국 선수 3명을 1,2라운드 내내 동반 플레이를 하도록 편성해 한국 TV 방송도 배려했다는 말이 나왔다.
여성팬을 겨냥한 '심쿵조'를 만들기도 한다. 2009년 US오픈에서 여성팬이 많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애덤 스콧(호주)가 1, 2라운드를 함께 치렀다.
재미를 쫓다가 너무 작위적인 조편성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2012년 US오픈 때는 찰 슈워젤, 카를 페테르센, 찰스 하월3세 등 이름이 영어 알파벳 'C'로 시작하는 선수 3명을 같은 조에 묶었다가 핀잔을 들었다.
2009년 US오픈에서 브렌든 디 종게, 세인 로리, 케빈 스태들러 등 3명을 묶은 조편성은 최악이었다. 이들 3명의 공통점은 몸무게가 100㎏이 넘는 뚱보라는 것 뿐이었다. '뚱보조' 당사자인 스태들러는 "상식없는 짓을 저질렀다"며 공개적으로 미국프로골프협회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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