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장 진통 계속…무더위속 고성 언쟁 터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란 핵협상이 외교관들의 고성 언쟁까지 불거지는 긴장 속에 열리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의 팔레 코부르크 호텔에 차려진 협상장에서 서로 소리를 질러댔다.
이들이 어떤 쟁점을 둘러싸고 언성을 높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6일은 애초 설정한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두고 협상에 속도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케리·자리프 장관의 외교관답지 않은 말싸움은 케리 장관의 보좌관이 협상장에 살짝 들어가 밖으로 말이 새나온다고 전한 뒤에야 진정됐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날 자리프 장관과 협상에서 감정이 격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모게리니 고위대표가 협상장을 떠나겠다고 경고하자 자리프 장관이 이란인을 협박하지 말하고 맞받았다는 것이다.
동석하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장관도 "러시아인도 협박하지 말라"고 곁에서 자리프 장관을 거들었다.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것 같은 행동은 없었지만, 다른 견해 때문에 열기가 매우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빈에서는 섭씨 38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이어져 협상장의 열기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넥타이를 매고 소매가 있는 옷을 차려입은 외교관들이 과도한 열을 받지 않도록 협상장에 에어컨과 환풍기가 별도로 들어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이달 6일 등 두 차례 시한을 넘겨 연장된 협상은 중대 고비를 넘긴 듯 10일까지 연기됐다.
미국 행정부는 8월 8일부터 한 달 동안 하계휴회에 들어가는 미국 의회의 사정에 맞춰 오는 9일까지 핵협상 최종안을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의회의 최종안 심의 기간이 30일이며, 이번 시한을 놓치면 휴회 때문에 심의를 마칠 때까지 추가로 30일이 더 걸릴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공화당, 이스라엘, 걸프 수니파 왕정국가 등 합의 반대세력이 최종안에 대한 여론을 급속히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회 심의기간에는 대이란 제재가 그대로 유지되는 까닭에 이란도 시한을 넘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협상이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나쁜 협상안은 안 받는다"며 "이란 핵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절반 미만"이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타결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하게 정치적 결단을 내릴 쟁점, 기술적으로 풀고 보완할 많은 사안이 남아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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