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무구·처염상정의 연꽃…군자와 선비의 상징화

편집부 / 2015-07-09 11:00:58
부여 서동연꽃축제 등 계기로 다시 보는 연꽃 세계

청정무구·처염상정의 연꽃…군자와 선비의 상징화

부여 서동연꽃축제 등 계기로 다시 보는 연꽃 세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연등에 이어 연꽃! 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견지동의 조계사가 화려하다. 7월 한여름이 되면서 조계사 앞마당이 연꽃정원으로 깜짝 변신했다. 이 인공 '연못'에서는 홍련과 백련의 꽃봉오리들이 곱게 피어난다.

500여개의 화분에 심어진 크고 작은 연꽃들. 일주문에서 대웅전 앞마당까지 각양각색으로 수놓으며 방문객들을 숙연하게 매료시킨다. 말 그대로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장엄도량. 5월과 6월에 수천 개의 오색연등이 경내 하늘을 가득 덮더니 7월 들어선 색색의 연꽃들이 땅을 수려하게 장식한다.







이 연꽃은 청정무구(淸淨無垢)함의 상징이다.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해 더럽거나 속된 데가 없다. 흙탕물에 뿌리를 내려두고 있으면서도 잎과 꽃은 청초하고 곱디곱다.

연꽃과 불교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은 당연지사. 연꽃이라고 하면 불교를, 불교라고 하면 연꽃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삼라만상의 오묘한 법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 연꽃을 만다라화(曼茶羅花)라고 하지 않던가. 연꽃과 불교의 본향이 인도라는 점도 각별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 세속과 인연을 끊기가 힘들다. 머리로 해탈을 지향하더라도 발은 땅을 딛고 살 수밖에 없는 게 존재의 숙명이다. 중요한 건 마음과 자세.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더라도 더러운 흙탕물을 묻히지 않는다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견지할 때 연꽃처럼 아름다운 영혼이 될 수 있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도 연꽃과 불교의 절묘한 인연을 상징한다. 붓다가 후계자를 선정키 위해 영산(靈山)에 제자들을 모아놓고 연꽃을 꺾어 내보였다는 일화. 오직 가섭만이 꽃을 보더니 빙긋 웃는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절묘한 대화. 그래서 연꽃은 더욱 고결하게 다가온다.

연꽃이 들어간 불교의 명칭을 찾기란 무척 쉽다. 아미타불이 사는 극락정토는 연화세계(蓮花世界)요, 스님이 입는 가사는 연화의(蓮花衣)다. 대중들이 모여 설법을 듣는 법회는 연화회(蓮花會)라고 한다.







물론 연꽃은 불교에서만 대접받지 않는다. 진흙에서 살더라도 뜻은 고고하게 천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세속에서 살긴 하나 그 기상과 청정함을 잃지 않는 군자나 선비의 표상이었던 것.

조선의 문인 고산 윤선도는 연꽃을 유독 사랑했다. 진흙탕처럼 힘든 세상을 살았지만 강직한 성품으로 향기와 풍모를 잃지 않고 청정하게 살았다. 생애도 기이하게 연꽃과 인연이 여러모로 깊었다. 태생지가 한양의 연화방(蓮花坊·지금의 종로구 연지동)이었고, 해남 윤씨의 종손으로서 종택을 물려받은 곳이 해남의 연동(蓮洞)이었다. 마지막 은거지는 완도 보길도의 부용동(芙蓉洞)이었고.

연꽃이 피는 여름철이 되면서 연꽃축제들도 전국 곳곳에서 꽃망울을 펑펑 터뜨린다. 그 수줍은 듯 화려한 꽃과 물방울을 머금은 채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푸른 잎의 자태를 완상하기에 딱 좋은 계절. 여기다 축제까지 즐기면 일거양득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겠다.







조계사 연꽃축제, 봉원사 연꽃문화제 등 전국의 사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마련되고 양평 세미원연꽃문화제(4~8월 16일), 부여 서동연꽃축제(10~19일), 김제 하소백련축제(17~19일), 무안백련지연꽃축제(8월 13~16일) 같은 사찰 밖 연꽃축제들도 줄을 잇는다. 이들 축제 중 백미는 아무래도 서동연꽃축제가 아닐까 싶다.

축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거나 개최 계획이 없을지라도 가볼 만한 연꽃의 향연장은 전국에 즐비하다. 무안 백련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연꽃이 많이 핀다는 전주 덕진공원이 그중 하나. 또 시흥의 관곡지, 김제 하소백련지, 경주 안압지, 태안 그린리치팜, 강릉 경포습지, 제주 한림공원 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갈 곳이 주변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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