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이소연 "뮤지컬 관객들 창극으로 이끌고파"
뮤지컬 무대 도전하는 국립창극단 소속 이소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아리랑' 쇼케이스 때 여기 찾아온 뮤지컬 관객들을 매료시켜 창극에도 이만큼의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고요."
지난달 열린 뮤지컬 '아리랑'의 쇼케이스 행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배우는 '차옥비' 역의 이소연(31)이었다. 이 자리는 서범석, 안재욱, 김성녀, 김우형, 카이, 윤공주, 임혜영 등 '아리랑'에 출연진이 총출동해 뮤지컬의 주요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총 20여곡이 소개된 이날 쇼케이스에서 3~4곡 남짓 부른 이소연이 뮤지컬계의 유명 인사들을 제치고 주목받은 것은 그가 판소리로 이 작품의 한국적 색깔을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아리랑'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연출가와의 인연으로 합류하게 된 이소연은 최근 연습실이 있는 서울 충무아트홀 건물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그동안 창극을 통해 시대적인 작품을 많이 해서인지 '아리랑'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첫 뮤지컬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이자 국립창극단 단원인 그는 고 씨가 최근 연출한 창극단의 '변강쇠 점찍고 옹녀'에서 '옹녀'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그는 '아리랑' 출연 제의를 받고 다른 장르에의 도전임에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감정을 표출한다는 점에선 창극이나 뮤지컬이나 같다고 생각해서"라는 것이다.
그가 맡은 '차옥비'는 곤경에 처할수록 단단해지는 조선 여성 특유의 기질을 지닌 인물이다. 송수익(서범석·안재욱 분)을 사랑하지만 친오빠 득보가 주재소에 잡혀가자 방면 조건으로 일본 경찰간부 '고마다'의 첩이 된다.
'아리랑'에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역할이지만 그는 2013년 창극단에 입단한 이후 빠르게 실력을 인정받으며 연달아 주연을 맡은 배우다. '청'에서 심청, '수궁가'에서 토끼,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에선 '춘향'을 맡았다.
그는 판소리와 뮤지컬 간의 창법 차이보다 '차옥비'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표현하는 것이 더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고선웅 연출님이 '구질구질하지 않게 표현하라'고 주문하셨어요. 한없이 불쌍하고 짠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고 옥비가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떻게 현실을 이겨내는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는 맡은 역할에 몰입하면서 감정적 소모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작품들은 분량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치 울음을 참는 듯한, 응어리진 기분으로 몇시간씩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둔 지금은 관객들 앞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생각에 부담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창극 무대가 아닌 공간에서 자신의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소리에는 자신있는데 제 소리가 뮤지컬과 잘 어울릴까라는 걱정이 들어요. 다행히 쇼케이스 때 반응이 좋아서 용기를 많이 얻었습니다."
그의 이런 걱정과 달리 그는 판소리 특유의 창법이 필요하지 않은 다른 곡들에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며 창극단에서의 실력이 뮤지컬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자 '아리랑'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김성녀는 "다른 배우들이 소연이 노래를 듣고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소리를 내느냐며 비법을 묻는다. 저마다 팬클럽 임원을 자청하고 나섰다"고 연습실 분위기를 전했다.
이 씨는 뮤지컬 무대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이런 색다른 도전을 계속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소리와 연극이 어우러지는 모노드라마를 해보고 싶은데 이러한 꿈을 실현하려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대사와 노래 사이의 빈틈을 메우고 공연을 이끌어갈 공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무대에 서면 일단 그 무대를 감당해내야 하잖아요. 아직 어리지만 몇번 경험해보니 선배님들이 괜히 선배님이란 소리를 듣는게 아니구나 깨달았어요.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이 먼 건 같습니다."
그는 또 이번 기회에 젊은 사람들에게 창극의 매력을 전파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창극 전도사'가 돼서 관객들을 창극으로도 이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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