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NFL 레드스킨스에 "상표 등록 취소하라"
특허상표청 등록 취소 결정 재확인…인디언 인권 운동가들에 큰 승리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을 비하하는 구단 명칭과 상표로 비판을 받아온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 구단이 연방 상표 등록 취소라는 철퇴를 맞았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북부 버지니아 연방지방법원의 제럴드 브루스 리 판사는 레드스킨스 구단의 6가지 상표 등록을 취소한다는 연방 특허상표청의 지난해 6월 결정을 이날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특허상표청 산하 상표심사항소위원회는 찬성 2명, 반대 1명의 결정으로 레드스킨스(redskins)라는 단어를 인디언을 비하하는 '상당한 용어'라고 규정하고 1967∼1990년 연방상표법에 등록된 레드스킨스 구단의 6가지 상표 등록을 취소한다고 결론 내렸다.
레드스킨스 구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이날 연방지법에서 또 퇴짜를 맞은 것이다.
구단은 즉각 제4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레드스킨스 구단이 이와 비슷한 송사를 몇 개 더 벌이는 와중이라, 이를 매듭짓기 전까지 현재 등록된 상표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
그럼에도,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레드스킨스 구단이 홍보와 관련한 중대한 송사에서 패소했고, 반대로 인디언 인권 보호 활동가들은 결정적인 승리를 안았다고 평했다.
인디언 인권보호 활동가들은 '피부가 빨갛다'는 뜻의 레드스킨스는 인디언의 호전성을 강조하거나 인디언을 경멸하는 차별적 단어로, 이를 사용한 레드스킨스의 상품은 상대를 경멸하는 상표의 등록을 막는 상표권법(랜험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맞서 레드스킨스 구단은 대다수 인디언이 레드스킨스라는 단어에서 모욕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고, 상표를 등록하면 구단 이미지가 훼손되며 모조품을 만드는 업자와의 법적 다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주장을 들은 리 판사는 인디언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상표 등록 약 70년 전인 1898년에 제작된 웹스터 대학 영어 사전을 펴고 판결을 설명했다.
당시 사전도 레드스킨스를 종종 경멸의 뜻으로 사용된다고 규정했음에도 굳이 이 단어를 팀 명으로 정한 까닭을 레드스킨스 구단에 따졌다.
아울러 상표권법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레드스킨스 구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근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반박했다.
연방대법원은 남부연합기 자동차 번호판을 불허한 미국 텍사스 주의 방침을 합헌이라고 지난달 판결했다. 상대방의 기분을 망치게 할 소지가 다분한 것과 표현의 자유는 연관이 없다는 판결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레드스킨스 구단은 1992년부터 팀 명에 문제를 제기한 인디언 후손들과 20년 넘게 갖가지 송사를 벌이고 있다.
구단주인 대니얼 스나이더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지난해 미국의 대중잡지 롤링스톤스가 선정한 '역대 최악의 스포츠 구단주' 순위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그는 "80년 이상 지켜온 팀 명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며 미국 정계, 특허상표청 등의 개명 요구를 줄기차게 무시해왔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