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할 실효적 대책 의문…새로운 갈등요소 고착 우려
日 강제노역 희생자 후속조치도 '껍데기' 그칠 우려
'강제노동 인정아니다' 관점서 접근…약속이행 형해화
강제할 실효적 대책 의문…새로운 갈등요소 고착 우려
(서울·도쿄=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이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약속한 조선인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가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에서 조선인에 대한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부인한 데 이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인이 노역한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할 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강제노동이 없었다'는 관점에서 관련 정보를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forced to work'를 원하지 않음에도 '일하게 됐다'('하타라카사레타'(동<人변+動>かされた)는 표현으로 번역한 것에 대해 "어디까지나 '대상자의 의지에 반해 징용된 일도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며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 대표단이 지난 5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언급한 'brought against their will'(의사에 반해), 'forced to work'(강제로 노역) 등의 표현이 국제 기준·관행에 비춰 일반적으로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강제노동이 없었다'는 관점에서 후속조치가 이뤄지면 희생자들을 기리겠다는 근본 취지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작 일본의 해당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도 후속조치와 관련해 잘 모르겠다거나 정부 방침이 나와야 따르겠다는 등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측은 세계유산위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 인포메이션 센터(정보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위는 일본의 후속조치와 관련, 2017년 12월1일까지 세계유산위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세계유산센터에 경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2018년 열리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경과보고서를 검토하도록 했다.
일본이 '전체 역사'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이코모스(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자문도 받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들어 일본 정부의 성실한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2중, 3중의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힌바 있다.
또 "세계유산위원회와 협의를 하고, 필요시 일본 측과도 협의를 해서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의지가 없는 한 이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제대로 관리·유지가 이뤄지지 않은 '위험 유산'을 해촉할 권한도 있지만, 해촉 역시 등재 과정에서 거쳤던 과정보다 더 험난한 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면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는 한일간의 새로운 외교갈등 현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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