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독일은 '부채탕감'의 역사 잊었나"
NYT "과거 그리스 등 채권국 부채탕감으로 '라인강의 기적' 일궈"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3년 그리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20여 개 서방 채권국은 전쟁 과정에서 서독이 진 빚을 절반으로 삭감해주는 런던채무협정을 체결했다.
나머지 절반의 채무도 서독이 무역 흑자가 발생했을 때만 상환하고, 상환액도 수출액의 3%로 제한한 '관대한' 협정 내용 덕분에 이후 서독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독일 정부가 그리스와의 협상에서 특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반세기 전 과거 전쟁 부채 탕감의 역사가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에두아르도 포터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독일은 부채탕감의 역사적 교훈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에서 필자는 독일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국가 채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부채탕감을 통해 효과적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온 사례를 상기시켰다.
포터는 "채무 과잉은 오직 부채 액면가 삭감을 통해서만 해결된다. 삭감 결정이 늦게 내려질수록 삭감해야할 액수도 커진다"며 "독일은 누구보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런던채무협정의 수혜로 전후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냈을 뿐만 아니라 이보다 앞서 1930년대 1차 대전을 통해 진 빚 때문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부채 탕감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난 예는 또 있다.
1980년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이 채무불이행이 잇따르자 니컬러스 브래디 미국 재무장관은 1989년 이들의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는 '브래디 플랜'을 발표했다.
포터는 "부채 탕감에 앞서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등의 구제 방안이 선행됐으나 부채 탕감이 이뤄지고 나서야 비로소 위기가 끝나고 경제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뮌헨대학의 라인하르트와 크리스토프 트레베쉬 교수도 1930년대 디폴트와 브래디 플랜에 대한 최근 연구를 통해 "두 경우 모두 부채 액면가 삭감이 이뤄진 후에야 위기에서 출구가 생겼다"며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등 더 약한 방식의 부채 경감책은 높은 경제성장과 국가 신용등급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포터는 "독일 등 채권국들은 '도덕적 해이'의 위험성을 내세우며 그리스의 빚을 덜어주면 포르투갈 같은 나라에 나쁜 선례가 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제정신이 박힌 정부라면 그리스의 전철을 밟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포터는 이어 "중남미 위기가 시작된 후 브래디 플랜이 시행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브라질만 해도 6번의 채무 재조정을 겪었다. 그리스도 그만큼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으로 칼럼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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