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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와 유럽연합(EU) 운명의 키를 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EPA=연합뉴스) |
<그리스 위기> "EU 밖의 생존이 EU에 정말 위험스러운 일"
조지 프리드먼 "독일의 관심은 독일 수출산업을 위한 자유무역시장 온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유로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EU에 "정말 위험스러운 것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서도 번영까지는 아닐지라도 생존하는 것이다."
국제 안보분석 업체 스트랫포의 설립자이자 미래학자인 조지 프리드먼은 7일(현지시간) 스트랫포의 '주간 세계정세'에 올린 '그리스 투표와 EU의 오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딜레마에 빠진 독일 등 EU 채권국들의 말 못할 고민을 이같이 드러냈다.
그는 그리스가 EU의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기댈 수 있는 전주로 러시아, 중국, 그리고 미국의 헤지펀드 및민간투자회사 등 3곳을 들었다.
러시아는 자신들도 경제난을 겪고 있지만 수개월 전보다는 형편이 나아졌다.
러시아에서 개최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설립과 위기대응기금 조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리스도 이 은행 가입을 초청받고 참관국으로 이 회의에 참가했다.
러시아가 구제금융으로 그리스를 얻을 수만 있다면 지정학적 횡재를 하는 셈이고, 그만큼 유럽과 미국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중부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러시아와 그리스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구제금융에 관해 이야기가 되고 있으며, 그리스가 채권국들에 큰소리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견해가 퍼져 있다고 프리드먼은 전했다.
러시아보다 가능성은 적지만 중국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독으로, 혹은 협력국들과 공동으로 그리스를 돕는 게 어리석은 짓은 아닐 것"이라고 프리드먼은 주장했다.
다만 그럴 경우 EU 주요국들과 척지게 되는 정치적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 나설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의 헤지펀드와 투자회사들은 유럽, 중국, 중동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덕분에 현금이 풍부하고 이자율이 거의 0%일 정도로 낮기 때문에 현금을 굴릴 데를 찾아야 한다.
이들은 그리스보다 더 위험스러운 곳에도 투자해왔는데, 지중해에 러시아나 중국의 해군이 들락거리는 것이 더 걱정스러운 미국 정부로선 굳이 이들 투자자를 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국가부도가 공식화되면, 그리스는 수개월간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되겠지만 그 후엔 빚더미를 모두 유럽에 떠넘기고 나온 상태여서 투자자들에겐 흥미로운 투자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프리드먼은 전망했다.
그는 "이미 아르헨티나 사례로부터 부도난 국가엔 투자의 장애가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그리스는 나름의 가치가 있는 나라이므로 빚이 청산되고 나면 고위험이긴 하지만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이 "원치 않는 구석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은 셈"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그들은 EU 밖에도 삶이 있다는 생각에 문을 열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이 `EU 밖의 삶'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그리스를 항복시킬 수 없음을 깨달은 만큼, 그리스가 수용할 수 있는 협상을 모색하겠지만, 이는 EU로선 만들고 싶지 않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리스 비극'의 딜레마를 설명했다.
결국 "우리의 눈길은 그리스로부터 독일로 옮겨지게 된다"는 그는 EU 지도국으로서 독일이 "다음에 내릴 명령"에 주목했다.
독일의 진정한 관심은 유로화나 그리스의 부채가 아니라 "독일의 막대한 수출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자유무역지대의 온존"에 있는 만큼, 독일은 "EU 공동체의 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일의 선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조심스러운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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