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혐의 세르비아계 호주인, 10년 법정다툼 끝 송환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1990년대 초반 유고연방 내전 당시 살인과 고문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호주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세르비아계 호주인이 약 10년의 법정 다툼 끝에 크로아티아로 송환된다.
디 오스트레일리안 등 호주 언론은 8일 '캡틴 드라간'으로 알려진 드라간 바실리코비치(60)가 크로아티아 경찰의 보호 아래 이날 호주 시드니공항을 떠날 것이라며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법정에 서게 된다고 보도했다.
호주 언론은 전범 혐의자가 호주 밖으로 송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전에 몇 차례 송환 시도가 있었으나 불발로 끝난 바 있다고 전했다.
바실리코비치는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의 사안을 두 차례나 대법원으로 끌고 가는 등 긴 법정싸움을 이어갔으나 결국 지난 5월 패소가 확정됐다.
베오그라드 태생으로 1969년부터 호주에 거주해온 바실리코비치는 1990년대 초 유고가 분열, 내전이 발생하자 크로아티아로 건너갔다. 이곳에서 크로아티아 측에맞서 세르비아계 민병대 수장으로 활동한 뒤 1990년대 중반 호주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대니얼 스네든이라는 이름으로 호주 서부 퍼스에서 골프를 가르치며 숨어 지내오다 2005년 호주 언론에 노출됐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바실리코비치가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민병대를 이끌며 민간인 학살과 고문, 부녀자 성폭행 등을 지시했다며 강력하게 송환을 요구했고, 결국 그는 2006년 1월 시드니의 한 교도소에 감금됐다.
바실리코비치는 세르비아계 민병대를 훈련시키고 전투에 참가한 사실도 인정했으나 민간인 학살 등의 전범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호주에 은신한 전범들을 연구하는 마크 애런스는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캡틴 드라간 부대의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의 승리"라며 "이 나라에 은신하는 많은 전범 중 한 명에 대해 조처를 했다는 점에서 호주의 위대한 승리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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