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장벽 앞에 함께 선 '2천년 앙숙' 이란·그리스

편집부 / 2015-07-07 06:32:01
핵·구제금융 협상으로 서유럽과 대치 '동병상련'


서유럽 장벽 앞에 함께 선 '2천년 앙숙' 이란·그리스

핵·구제금융 협상으로 서유럽과 대치 '동병상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천여년 전 '구원'을 이어 온 두 나라가 서유럽이라는 높은 장벽 앞에 나란히 함께 서게 되는 공교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묘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 나라는 이란과 그리스다.

두 나라의 '악연'은 기원전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동과 터키, 북아프리카를 점령한 페르시아 제국 아케메네스 왕조는 도시국가였던 그리스를 두 차례 침략한다.

페르시아는 우세한 전력을 보유했지만 첫 번째 침략에선 후대까지 유명한 마라톤 전투에서 대패하고, 두 번째 침략 역시 그리스 연합군에 패했다.

두 번째 침략 도중 벌어진 테르포필레 전투를 소재로 해 제작된 영화가 '300'이다.

이후 페르시아 제국을 이은 사산왕조와 그리스가 포함된 비잔틴 제국이 6세기 초부터 약 120년간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다.

수세기 동안 희대의 패권을 놓고 타툰 역사의 상흔 탓에 이들의 후예인 이란과 그리스 사이의 감정적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두 나라의 현재 모습은 그러나 2천여년의 구원이 무색해질 만큼 동병상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이나 시한을 미루면서 난항을 겪는 핵협상에서 이란에 강경한 쪽은 미국이라기 보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다.

7일로 시한이 다가온 핵협상이 타결돼 이란 경제난의 원인인 제재가 풀리려면 이들 서유럽 국가의 높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스 역시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의 협상안이 거부되면서 독일을 필두로 한 서유럽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게 됐다.

앞으로 서유럽 채권단과 그리스가 재협상을 벌이겠지만 이 역시 이란 핵협상만큼이나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만은 확실하다.











이란과 그리스는 이런 처지를 예감한 듯 최근들어 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다.

올해 1월 그리스 총선에서 서유럽 채권단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공약으로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승리,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총리에 오르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그에게 "양국의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자"며 이례적으로 축전을 보냈다.

이에 4월 주이란 대사로 새로 부임한 게오르그 아이판티스 대사는 로하니 대통령에 신임장을 제출하면서 "이란은 중동에서 독립적인 나라"라고 치켜세우면서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또 이달 말부터 그리스 최대 항공사 에게항공이 아테네-테헤란 간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키로 했다.

물론 그리스의 빚 문제와 이란의 핵 문제에 서로 직접 간여할 공간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핵협상에서 이란에 우호적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6일 치프라스 총리에 전화를 걸어 지지를 확인하면서 서유럽에 맞선 이란과 그리스의 느슨한 연대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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