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량·재활용·재사용' 인식전환 절실…분리배출 기준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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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수도권매립지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들어온 쓰레기가 매립되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쓰레기대란 막자> ②10년 늦춘 '시한폭탄'…해법은 '3R'
수도권매립지 10년 연장은 '미봉책'…이대로면 20년내 매립지 '포화'
'감량·재활용·재사용' 인식전환 절실…분리배출 기준 보완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수도권매립지의 수명이 우여곡절 끝에 10년 연장됐다. 이곳이 아니면 당장에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어 미봉책을 쓴 결과다.
하지만 근본 대안도 없이 산소호흡기 사용만 연장한 셈이어서 10년 뒤에 쓰레기 대란이 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혐오시설인 매립지를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 찾기 쉽지 않아 수도권매립지 연장 논란의 재연은 불가피하다.
올해로 20년을 맞은 쓰레기 종량제가 생활폐기물을 줄이는 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쓰레기 배출량 감소세가 주춤하고 쓰레기 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인 매립률과 재활용률 두 지표도 정체돼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이 추세라면 이 땅에 더는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는 '쓰레기 대란'이 올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Reduce) 재활용(Recycle)·재사용(Reuse)을 늘려 궁극적으로 스위스처럼 생활쓰레기 매립률을 '0'으로 만드는 것만이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열쇠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 '이젠 묻을 땅도 없다'…앞으로 20년이면 매립지 '포화'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한시적이나마 연장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에 불과하다. 약속한 10년이 지나면 어디에 묻을 것이냐는 문제는 10년 뒤가 아닌 지금 당장 숙제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매립지를 포함해 전국의 매립지 사용 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 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폐기물을 묻는 매립지 증설이 더는 없다고 봤을 때 전국의 매립장 사용 연한은 20여년으로 추정된다. 쓰레기 배출량이 2012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다. 대략 2035년 이후엔 묻을 곳이 없다는 의미다.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할 수 없다고 가정하면 12.3년에 불과했지만, 그나마 수도권매립지를 10년 더 쓸 수 있어 숨통이 약간 트인 셈이다.
하지만 10년 뒤 수도권매립지가 문을 닫는다면 20여년이라는 사용연한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쓰레기 문제를 없애는 근본 해법은 아니지만,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산업폐기물 매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발전소와 철강 등 엄청난 산업폐기물을 양산하는 업종은 자가 매립지를 갖고 있는데 이 역시 12.5년이 지나면 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가 매립을 제외한 산업폐기물 매립은 매립지 사용연한이 2.9년밖에 남지 않았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지난 20년간의 추세를 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종량제 시행 첫해인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생활쓰레기 하루 배출량은 4만4천583∼5만2천72t에서 왔다갔다했다. 2008년 정점을 찍었다가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극히 미미한 수치다. 2012년은 2011년보다 오히려 0.1% 늘었고, 2013년은 그전 해보다 0.5% 주는 데 그쳤다. 쓰레기 배출량이 사실상 줄지 않는 것이다.
생활폐기물 매립률도 종량제 시행 첫해 72.3%에서 2013년 15.6%로 크게 줄었지만 이는 쓰레기 매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매립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2008년 이후엔 매년 감소율이 0.4∼1.7%포인트로 정체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같은 유럽 국가는 쓰레기 처리 모범국이다. 이들 국가는 2010년 기준으로 0∼0.97%의 매립률을 보이고 있다.
재활용률 역시 마찬가지다. 1995년 23.7%에서 2013년에는 59.1%로 크게 개선됐지만 추세를 보면 낙관할 수 없다. 2009년 61.1%로 역대 최대 재활용률을 기록하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 2013년까지 3년 연속으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 철저한 감량·분리배출 절실…'쉬운 분리배출' 기준 보완 필요
'대부분 재활용·재사용하고 일부는 소각하며 매립은 최소화한다'. 이것이 정부와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제시하는 쓰레기 처리 문제의 정답이다.
우선 쓰레기를 적게 만들고 배출할 때는 재활용품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국민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품이나 음식물쓰레기를 넣어버리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종량제 봉투를 뜯어보면 활용 가능한 자원이 절반이 넘는다"며 "쓰레기를 줄일 방법이 있는데도 감량이나 재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못 미친다"고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쓰레기 종량제로 인해 매립되는 쓰레기가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이는 쓰레기가 준 게 아니라 재활용품이 그만큼 솎아졌다는 얘기"라며 "국민은 종량제 봉투에 가연성 폐기물이나 재활용품을 넣지 않도록, 지자체는 봉투 속에 든 그런 물질을 최대한 빼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만 제대로 돼도 5년 안에 매립장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복잡하게 되어 있는 현행 분리수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사무처장은 "예컨대 재활용 가능한 종이가 어떤 건지, 플라스틱은 어떻게 구별해서 버려야 하는 건지 등 국민이 쉽게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1천∼2천원만 지불하면 되는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해 국민의 경각심을 올리고 지자체 부담을 줄일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미화 사무총장은 봉투 지출이 부담스러운 저소득층엔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 기조는 자원과 에너지로 회수할 수 있는 폐기물을 땅에 묻지 않겠다는 '직매립 제로화'다.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을 버리고 원칙적으로 재활용을 모두 허용하되 환경과 건강에 해로운 것만 불허하는 네거티브 재활용관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 제도하에서는 폐패각(조개껍데기)은 매립지 성토재로만 재활용을 인정하고 있어 건축용자재 원료로 개발해도 소용이 없다.
이런 안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유통센터 건립 등을 통해 재활용 자원 매립을 최소화해 자원 에너지를 선순환시키는 내용의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도 국회 환경노동위에 계류 중이다.
사업장 생활폐기물 종량제 봉투를 배출할 때에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혼합 배출되지 않도록 배출자 실명제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성과 등을 평가해 포상하는 인센티브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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