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러 "그리스 유로존 탈퇴하면 투자자에 더 매력적"(종합)
경제개발부 차관…크렘린 "그리스 아직 금융지원 요청한 바 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채권단의 긴축안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러시아는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면 장기적으로 외국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러시아 경제개발부 제1차관 알렉세이 리하체프는 5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알려진 뒤 타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국민투표 결과가 확정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추가 협상이 필요하지만,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자국 통화를 재도입하면 EU권 밖에서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더라도 EU 회원국으로 남아있고 정치적 안정성만 유지한다면 역설적이게도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리스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많은 파트너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이 정치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를 포함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양자 차원에서 그리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있으며 새로 설립될 BRICS 개발은행도 그리스와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하체프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중장기적으론 EU에도 이익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가 EU에게도 충격 요법 같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처음에는 달러 대비 유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재앙적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중기적으론 EU가 더 강한 조직이 되고 유로존도 건강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리스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제도 등이 엄격한 유로존의 규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서 "EU의 긴축안은 그리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일정기간 유예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하체프 차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EU의 혼란을 원할 것이란 관측을 의식한 듯 "러시아는 파트너인 EU가 강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6일 "러시아는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며 주의 깊게 사태 전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리스가 조속히 채권단과 필요한 타협에 이르고 최상의 방식으로 자국의 경제와 사회 안정을 촉진할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유럽채권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러시아가 금융 지원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문제는 그리스에 물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지원 요청이 들어온 바 없고 여러 차례의 양자 접촉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 지원 문제가 이번 주 중순 러시아에서 개최될 브릭스(BRICS) 정상회의의 공식 의제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면서 다만 정상들이 국제 현안 논의과정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EU의 러시아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도 EU 회원국들의 결속을 와해시키기 위해 그리스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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