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느낀 중남미의 모든 것 소설에 담고 싶었다"

편집부 / 2015-07-06 18:27:14
구광렬 새 장편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출간
"차기작은 한국적인 소재에 집중할 것"

"30여년간 느낀 중남미의 모든 것 소설에 담고 싶었다"

구광렬 새 장편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출간

"차기작은 한국적인 소재에 집중할 것"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소설가 구광렬(59)이 처음 한국에서 멕시코로 건너간 것은 26세가 되던 1982년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목동이 되겠다는 낭만적인 꿈을 안고 그는 남미 땅으로 떠났다.

하지만 목동의 꿈을 머지않아 포기한 그는 멕시코 문단에 데뷔하면서 쭉 작가의 길을 걸었다.

작가는 1986년 멕시코 문예지 '엘 푼토'에 시를 발표하며 먼저 데뷔했다. 한국 문단에 등단한 건 2004년 '현대문학'에 실은 시 '들꽃'을 통해서였다. 지금까지 중남미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스페인어 책 22권, 한국어 책은 16권을 발표한 '국제 작가'다.

최근 1980년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한국어 장편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새움)를 펴낸 작가를 6일 서울 광화문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설의 절반은 제 이야기"라며 "제가 본 중남미의 진짜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남미에 몇 년 머무르고는 여행기를 쓰는 사람을 여럿 봤는데, 답답한 부분이 있었어요. 제 소설에서는 수십 년간 그 안에 몸담아오면서 느낀 진짜 중남미를 적으려고 했습니다."

작품은 27세의 평범한 유학생 강경준이 우여곡절 끝에 '멕시코 국민 영웅'이 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렸다.

강경준의 운명은 말 그대로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다시 말해 여자가 죽어야 자신이 사는 남자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는 죽음을 맞고, 그 여자의 수명까지 자기가 살게 되는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나우칼판 감옥에 갇힌 강경준은 대지진이 일어나자 탈출을 감행하고 '지상낙원' 치아파스에 도착한다.

치아파스 원주민은 부패한 정치인 때문에 좀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강경준은 이 지역 원주민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데, 감옥에서 경준을 괴롭혔던 간수들이 찾아와 그 여인과 뱃속의 아이를 죽인다.

강경준은 복수를 다짐하고, 반란군에 합류해 '민중 3적'의 암살을 시작한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에는 그가 몸소 느낀 중남미 문화와 멕시코의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다.

주인공이 감옥에 갇혀 있는 소설의 첫 장면은 실제로 중고차를 잘못 샀다가 감옥에 갇힌 구씨의 경험을 토대로 썼다. 중남미 원주민들이 지속하는 공동체 생활 풍습을 적은 부분에는 실제로 그 안에서 생활해 본 작가의 기억이 스며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중남미에서 출판할 생각으로 스페인어로 먼저 썼다. 2006년 가을에 멕시코 출판사 편집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출판사 대표의 반대로 나오지 못했다. 멕시코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이유로 작가는 추측한다.

그러다 2010년부터 1년 2개월간 국내 일간지에 연재하면서 작품을 한국어로 완성했다. 독자가 한국인으로 바뀌다 보니 중남미에 대한 더 상세한 설명이 들어갔다.

작가는 "남미 대륙이 지역적으로 우리와 대척점에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땅일 수 있다"며 "중남미와 연관된 저의 삶을 어떻게 하면 미래 지향적으로, 개인적인 추억이 아니라 한국과 중남미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구씨는 지역문학이 곧 세계문학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지금까지 스페인어로 쓴 책이 더 많지만, 앞으로는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쓴 한국어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장편 '반구대'에서 울산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묘사한 데 이어, 차기작으로는 '처용가'의 '처용'에 관한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처용 이야기를 단순히 간통에 치중해 바라보니 지금까지 문화적으로 승화하지 못했다"면서 "처용을 아랍 상인이라고 전제하면 최소한 7명을 등장인물로 하는 소설을 만들 수 있고, 이 작품을 아랍에 번역 출간하면 아랍과 문화 교류의 물꼬도 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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