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농민은 어떤 유희를 즐겼을까…놀이로 본 조선

편집부 / 2015-07-06 17:20:14

양반과 농민은 어떤 유희를 즐겼을까…놀이로 본 조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임매가 다시 벽통음을 본떠 연잎에 술을 담고 줄기에 구멍을 내어 빨아 먹었다. 먹고 싶은 대로 조금씩 빨아 먹으니 향기가 입에 가득하였다. 술을 마시는 자들의 좋은 방식이라 하겠다."

1739년 음력 7월 보름 이윤영과 이인상 등은 휘황한 달빛 아래서 '벽통음'에 빠졌다. 이는 연잎과 연밥에 술은 담은 뒤 줄기를 코끼리 코처럼 구부려 입에 대고 빨아 마시는 유희였다.

선비들은 음주는 물론 계절마다 꽃놀이도 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겨울날에는 눈 속에 핀 매화를 보기 위해 탐매에 나섰고, 삼월 삼짇날이 되면 진달래꽃으로 부친 화전을 안주 삼아 술자리를 가졌다.

또 가을에는 벗을 불러다 자신이 기른 국화를 내보이며 시주(詩酒)를 즐기기도 하고, 향기가 그윽한 꽃에 불빛을 비춰 그림자를 감상하기도 했다.

조선시대는 절제와 금욕을 강조하는 성리학의 기반 위에 세워졌지만,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순 없었다. 사람들은 신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놀이를 만끽했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고려 말부터 개화기, 일제강점기까지 사대부와 서민의 놀이문화를 들여다본 신간 '놀이로 본 조선'이 출간됐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비롯해 안승택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심승구 한국체육대 교양교직과정부 교수, 이동순 영남대 교수 등이 쓴 글 11편을 묶었다.

선배 관리들이 과거에 급제한 새내기를 희롱하고 놀렸던 면신례, 궁중에서 춤을 추며 했던 공놀이인 포구락, 한글로 쓴 소설의 성행, 농민들이 고된 일상을 잊기 위해 동료와 자웅을 겨룬 씨름과 줄다리기 등을 다뤘다.

일제강점기의 놀이에 대한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화투가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절묘한 조합을 이룬 오락이라고 주장하고, 20세기 초반에 유행한 재담은 유희와 도피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두루 펼쳐지는 놀이인 공기와 연의 특징도 비교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발간하는 '규장각 교양총서'의 열두 번째 책이다.

글항아리. 300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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