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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쿠바>=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지난 2012년 쿠바 아바나에 개설된 한국어 강좌가 3년 만인 4일(현지시간) 첫 수료생 11명을 배출했다. 수료생들이 김익환 교수(사진 가운데)를 중심으로 수료증을 흔들고 있다. 2015.7.6 cany9900@yna.co.kr |
<아바나 르포> 첫 한국어 강좌 수료생 "사랑해요 한국"
개설 3년 만에 11명 졸업…한국 역사·문화에 큰 관심
(아바나<쿠바>=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의 호세 마르티 문화원의 뒤뜰.
무대에서 한국 가요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선사한 남녀 학생들이 김익환(47) 교수를 향해 또렷한 우리 말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허리를 90도로 꺾어 단체 인사를 했다.
객석 맨 앞에서 이들의 공연을 바라보던 김 교수는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다.
2012년 9월에 개설된 한국어 강좌가 3년 만에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쿠바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교육기관이 아닌 탓에 졸업이 아닌 수료다.
11명의 수료생은 한글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수료증을 흔들며 3년 학습을 마친 기쁨을 만끽했다.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에서 2013년 9월 이곳으로 파견돼 한국어 강좌 강의 계획표를 짜고 배울 학생을 선발한 김 교수는 "수료생들은 기본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학습 능력을 키웠다"면서 "학생들이 의사를 우리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할 때 가르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강좌가 자리를 잡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의 서정혁 관장이 수료식에 참석해 축사에서 학생들의 성공을 기원했다.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여학생 클라우디아 에르난데스 노보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김 감독의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글을 계속 공부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르벨리스 엘미라 아게로 피에르타도 "이 강좌를 수료한 만큼 계속 다른 장소에서 다른 선생님을 찾아 한글을 배울 생각"이라고 했고, 클라우디아 양은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쿠바 이민 한인 1세로 일제강점기 치하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큰 힘을 보탠 임천택 선생의 증손녀인 베아트리스 본데스 데 오키 루이스는 "내 뿌리는 한국에 있다"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를 늘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쿠바 국영방송인 '카날 아바나'가 2013년 2월 이래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한류 열풍이 본격적으로 쿠바 섬에 상륙했다.
초·중·고급반(1∼3학년)으로 나뉜 이 강좌를 듣는 학생은 100여명 수준. 김 교수 혼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씩 수업한다.
입소문을 타고 무료로 진행되는 문화 강좌인 이 수업을 들으려고 학생들이 쇄도해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다고 김 교수는 귀띔했다. 김 교수는 두 배수로 입학생 후보를 추린 뒤 인터뷰를 거쳐 수업을 받을 학생을 최종 선발한다.
김 교수는 "드라마를 통한 한류의 영향,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목표 의식 덕분에 한국어 강좌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단순히 한국 말이 아닌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많다"고 진단했다.
한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처럼 한국 남자를 애인으로 사귀려고 한글을 배우는 '쿠바나'(쿠바 여성)도 많다.
현재 2학년(중급반)에 재학 중인 중년 여성 윌마는 "한인 후손인 친구의 조언으로 이 강좌를 듣게 됐다"면서 "조사 등 한글 문법이 어렵지만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 '킬미 힐미' 등이 참 재미있었다"면서 "가수 비, 빅뱅이 매우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수료생을 위해 무대에서 살사 춤으로 축하 공연을 펼친 윌마의 딸 파트리시아는 엄마의 성화로 한국어 강좌 초급반에 가입했다.
작년부터 이 강좌의 수강생은 우리나라 공인 시험인 한국어능력시험도 본다. 85명이 응시해 초급 30명, 2급 11명 등 41명이 합격했다.
국제교육원 재단의 후원으로 학생 2명이 6개월 과정으로 현재 남서울대에 한국어 수업 과정에 재학 중이고, 오는 9월에는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여학생 2명이 역시 6개월 일정으로 서강대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다.
김 교수는 한류의 영향을 키워 한국어 강좌를 계속 발전시키려면 책임 있는 기관 또는 단체가 문화 강좌 수준인 한글학교를 정규 수업 과정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여 장소인 호세 마르티 문화원에서 벗어나 강의실을 최소 3개 정도 갖춘 독자 건물로 옮겨야 더 충실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시내 DVD 판매점에서 한국 드라마가 하루 20∼30개 이상 절찬리에 팔릴 정도로 쿠바와 미수교 국가인 한국의 영향력은 아바나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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