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 만리장성 넘어라> ③ 막걸리·우유 이렇게 넘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한국과 중국 간에 FTA 협정이 발효되면 중국 관세장벽은 낮아지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비관세 장벽이다.
특히 농수산물과 식품 분야는 핑곗거리가 많다. 워낙 땅이 넓고 지방정부마다 기준이 달라 한국의 식음료 기업이 중국 시장을 뚫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 국순당 막걸리, 국내 유(乳)업체들의 흰 우유 등은 중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우선 빙그레는 중국 정부의 우유 수입 기준이 까다로운 점을 고려해 유제품이 아닌 음료로 분류되도록 함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비관세 장벽에 도전했다. 유제품 비관세 장벽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우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항아리 모양의 단지 우유로 친숙한 가공유인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2008년부터 음료로 중국 시장에 수출했다.
마침 이 시기 중국에 불어닥친 한류 바람에 힘입어 바나나맛 우유 매출은 순풍에 돛단 듯 증가했다. 빙그레에 따르면 바나나맛 우유의 중국 수출액은 2010년 7억원에서 2011년 10억원, 2012년 100억원, 2013년 15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짝퉁 천국인 중국에서 바나나맛 우유의 쾌속 질주가 오래갈 수는 없었다. 중국 현지의 유사 업체들이 짝퉁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2014년 수출은 100억원으로 퇴보했다.
이에 빙그레는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8월 상하이(上海)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멸균팩에 무균화 생산공정을 적용해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으로 중국 현지 유사 업체와 차별화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주요 소비층인 20대와 30대를 겨냥한 광고전도 폈다.
빙그레의 조용국 홍보실장은 "유사 제품 때문에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다시 현지 마케팅 강화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제품의 중국 수출은 여전히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2014년 5월부터 '해외 유제품 생산업체(품목)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살균유 품목은 중국 정부의 살균기준 준수와 유통기한 검증 등 추가적인 기술검토 요구로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매일유업 상하공장·연세우유 아산공장·서울우유 거창공장 등의 살균유인 흰 우유가 중국 정부 국가인증인가감독관리국에 등록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달 현재 조제분유, 멸균·가공유, 치즈 등 국내 유제품 생산업체 58개소가 중국 정부에 등록돼 수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역통계에 따른 중국 유제품 수출실적은 2013년 2만t, 9천100만 달러, 2014년 2만2천t, 1억2천500만 달러, 2015년 1∼4월 8천t, 4천100만 달러로 파악됐다.
국순당의 막걸리 수출도 사연이 적지 않다. 중국 정부가 막걸리의 유산균을 세균으로 오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의 중재로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생막걸리 기준을 인정하면서 수출이 가능했다.
국순당은 2009년 처음으로 중국에 생막걸리 수출을 시작했다. 수출 첫해 3만1천달러, 2010년 52만달러, 2011년 72만달러, 2012년 78만달러, 2013년 82만달러, 2014년 107만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국순당의 막걸리는 '마커리(瑪克麗)'로 통하는데 중국 역시 쌀 문화권이고 한류 영향으로 호감도가 상승해 막걸리 소비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되는 제품은 '국순당 생막걸리', '국순당 쌀먹걸리', '아이싱' 등 3가지다.
이중 중국어로 중국어로 애정(愛精)을 뜻하는 '아이칭'과 비슷한 발음의 아이싱이 중국 젊은층에서 '애정주(愛精酒)'라는 애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3월 '차이나데스크'를 출범시키고 중국과의 무역 업무를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코트라(KOTRA)와 함께 설치한 차이나데스크는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지원하는 원스톱 지원창구로서, 필요한 각종 정보와 원산지 증명·수출판로 개척·비관세장벽 해소 등 실무를 도와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지난 1월 중국수출부의 지역별 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3월부터 중국 온라인 시장 입점 확대를 위한 '알리바바 입점협의회'를 설립하는 등 농식품 수출 확대에 팔을 걷고 나섰다.
무역협회도 지난해 개설한 온라인 몰인 'Kmall24'와 알리바바 산하 해외직구몰인 '티몰-글로벌'(Tmall-Global)의 상품 연계 협력을 통해 역직구를 통해 중국으로의 식품 우회 수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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