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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롬비아에서 4일(현지시간) 법적인 안락사 환자 1호로 기록된 오비디오 곤살레스가 안락사 하루 병원에서 아들과 함께 있다.(EPA=연합뉴) |
콜롬비아, 70대 말기암 환자 공식 안락사 시행
만평가 아들 "아버지는 여행하고 싶다" 신문 만평 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콜롬비아에서 말기 암을 겪는 70대 남자 환자를 대상으로 안락사가 처음으로 시행됐다.
서부 페레이라 시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말기 구강암으로 5년간 고생해온 79세의 오비디오 곤살레스가 정부가 승인한 안락사의 첫 대상자가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4월 말기 질환을 앓는 환자가 희망하면 보건당국이 의료진에게 이를 시행하는 절차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이 공포된데 따른 것이다.
법령은 각 병원이 안락사를 심의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콜롬비아 가톨릭계가 '살인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병원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반발이 이는 가운데 곤살레스는 자신의 안락사를 공론화하는 것을 시도했다.
곤살레스는 자신의 안락사를 죽을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시범 사례'로 활용되기를 희망했고, 이러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그의 아들이 도왔다.
콜롬비아 최대 일간지인 '엘 티엠포'에서 만평 활동을 하는 아들 훌리오 세사르는 안락사가 집행되는 당일 아침 신문에 '아버지의 여행'에 관한 내용을 실었다.
만평에서 저승사자가 긴 낫을 들고 세사르의 아버지에게 "가방은 왜 꾸렸나"라는 질문을 하자, 여행 가방을 손에 든 아버지는 "여행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대답을 했다.
죽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운동을 펼치는 콜롬비아 단체들은 그동안 음지에서 이뤄져 온 안락사가 빛을 보게 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위엄있게 살고 죽을 권리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17년 전 안락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그동안 안락사는 묵인돼왔고 합법화하지는 않았다.
콜롬비아 의료계에서 '죽음의 의사'로 불리며 234명을 안락사시킨 것으로 알려진 쿠스타보 킨타나는 관계 법령이 효율적으로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병원 의료진이 심의를 통해 안락사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명하면 '죽고 싶어하는' 환자의 희망이 좌절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1990년대 말 130명의 안락사를 도운 잭 케보키언이라는 의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킨타나는 아무런 법의 제재 없이 이를 실행해왔다.
킨타나는 콜롬비아에서 안락사를 희망하는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심하세요, 부활할 수 있는 영면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환자를 안심시킨 뒤 근육 이완제 등이 혼합된 독극물을 투여, 10분간에 걸쳐 안락사를 진행했다.
세계적으로 안락사는 콜롬비아를 포함해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를 포함해 미국 오리건,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주 등에서 허용되거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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