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 동대문 노점 '노타'…"또 어디로 옮기나요"

편집부 / 2015-07-05 07:01:03
상인들 "인근 쇼핑몰·호텔 개장 때문"


존폐위기 동대문 노점 '노타'…"또 어디로 옮기나요"

상인들 "인근 쇼핑몰·호텔 개장 때문"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어? 이게 끝이야? 전엔 훨씬 더 컸는데…."

3일 오전 1시 동대문 R 쇼핑몰 인근 노점 야시장인 '노타'를 찾은 손님들은 아쉬운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몇 년 전 같으면 옷과 핸드백 등을 파는 노점상과 손님이 뒤섞여 불야성을 이뤘을 시간이지만 이날은 불과 40여개의 노점이 드문드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파는 노점상 이규엽(24)씨는 "최근 손님이 너무 많이 줄었다"며 "오후 8시부터 나왔는데 지금까지 만원짜리 딱 2개 팔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노점은 동대문 쇼핑몰 '두타'(두산타워) 맞은 편에 노란 천막을 이어놓은 형태로 모여 있어 '노란 천막 타운'이라는 뜻의 '노타'로 불렸다. 동대문 노점은 작년 서울 중구청과 중부경찰서의 집중 단속을 받으면서 상권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중구청은 작년 10월 중부경찰서와 업무협약을 맺고 동대문 상가 인근 노점상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수시로 '짝퉁' 단속에 나서고 수차례 가게를 정리하라는 계고장을 보내며 압박했다.

구청과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고 철거 움직임도 보이자 노타 노점상들은 지난달부터 영업을 쉬면서 중구청 등지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등 맞섰다.

대다수가 생계를 위해 노점을 하는데 무차별 단속으로 밀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협상을 통해 일단 이달 말까지는 현 위치에서 장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구청은 다음 달부터는 노점 위치를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 출구 인근으로 옮기고 노점상 수도 160여 개에서 65개로 줄이라고 통보했다.

노점상들은 이틀에 한 번 번갈아 장사하는 2부제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상인 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청이 새로 지정한 노점 위치가 밤중에는 쇼핑객의 통행이 잦지 않은 곳이라 노점이 이른 시일 안에 정착될지도 불투명하다.

상인들은 원래 지금 자리도 과거 서울시가 옮기라고 해서 온 곳이기에 더욱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오영훈(48) 중구연합상인회 부회장은 "원래 우리는 동대문운동장 바로 앞에 있었지만 야구장이 철거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2007년 서울시에 의해 현 위치로 옮겨왔다"며 "서울시는 이곳에서 장사하라고 전기도 끌어다 줬고 지금은 상징처럼 된 노란색 천막 색깔도 지정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를 주고 천막 색깔도 정해준 것은 장사를 허락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우리는 서울시를 믿고 장소를 옮겨와 어렵사리 상가를 정착시켰는데 이제는 구청이 우리를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점 상인들은 8년간 별 탈 없이 영업해 온 노점을 중구가 없애려는 것이 인근 건물의 영업 재개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 노타 인근에서 호텔이 문을 연 데다 그간 비어 있었던 R 쇼핑몰도 내년 초 재개장할 예정이라 그 앞을 치우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노점 정리는 최창식 중구청장의 공약에 따라 계속 추진해오던 것으로 쇼핑몰과 호텔의 개장과는 관계가 없다"며 "노타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소 이전과 함께 실명화를 하고 생계형인지를 따져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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