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430만 달러 들인 공이 협상 타결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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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펠러재단의 포칸티코 센터. |
"록펠러재단이 미-이란 핵협상의 밑거름"<블룸버그>
2001년 9.11테러 직후 '이란 프로젝트' 시작, 이란과 비공식 접촉
10여년간 430만 달러 들인 공이 협상 타결로 결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이란 핵협상의 치명적 결함'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리자 곧바로 군축협회(ACA)의 블로그에 기고문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이 실리고, 이 반박글은 미 의회에도 뿌려졌다.
이란 핵협상을 옹호하는 ACA의 글 뒤에는 평화 주창 단체와 연구소, 전직 미 고위 외교관리들의 느슨한 연합체가 있고, 그 연합체의 결속은 록펠러형제재단(RBF)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블룸버그 닷컴이 2일 전했다.
8억 7천만 달러의 기금을 운용하는 록펠러재단은 지난 2001년부터 이 연합체의 활동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한 결과가 10여 년 뒤 이란 핵협상 타결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밀명을 받고 오만으로 날아가 이란과 비밀대화 채널 구축에 합의한 데 이어 윌리엄 번스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 비밀협상을 이끈 끝에 2013년 11월 이란 핵협상이 전격 타결된 막후과정은 당시 언론보도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그보다 10년 전인 2001년 9.11테러 직후 록펠러재단이 시작한 '이란 프로젝트'가 낳은 과실이었다.
록펠러재단의 스티븐 하인츠 회장은 당시 뉴욕 북쪽 웨스트체스터에 있는 록펠러가문의 포칸티코센터에서 이사진을 소집, 미국이 알카에다의 위협 대처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조지타운대 비교종교학 교수인 이란계 미국인 세예드 호세인 나스르 교수의 초청 강연을 들은 하인츠 회장의 생각은 "지전략적(geostrategic) 중요성, 수니파와의 관계 등의 면에서" 자꾸만 이란을 향하게 됐고, 거기서 이란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록펠러재단은 비영리단체인 미국유엔협회(UNAUS)의 윌리엄 루어스 회장과 손잡고 이란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나갔다.
대사를 두 차례 지낸 루어스 회장은 모함마드 자리프 당시 유엔주재 이란 대사와 접촉하는 한편, 레이건 행정부 때 이스라엘 대사와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유엔 대사를 지낸 토머스 피커링, 레이건 행정부 때 이집트 대사를 지낸 프랭크 위스너를 이란 프로젝트에 끌어들였다.
위스너 전 대사의 아버지는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고위직을 지내며 1953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함마드 모사데그 당시 이란 총리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친미적인 모함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을 앉힌 계획의 입안자였다.
중동 정세에 핵심적인 나라들에 정통한 인물들로 구성된 것이다.
루어스, 피커링, 위스너 세 사람은 부시 행정부의 격려를 받으며 현재 이란 핵협상 사령탑인 자리프를 비롯해 이란 고위 인사들과 대화해 나가면서 부시 행정부와 후임 오바마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대화 내용을 설명해줬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번스는 "우리는 당시 이란과 전혀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이란 프로젝트측의 의견이 매우 유용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란 프로젝트는 2002년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주선으로 이란 정부 관변 싱크탱크인 정치국제연구소(IPIS)와 스톡홀름 외곽 작은 호텔에서 회의를 갖기도 했다.
양측이 유럽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가진 비밀회동은 2005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당선 후 중단됐으나, 2013년 8월 하산 로하니 대통령 정부의 출범 후 이란과 비밀협상이 재개된 데는 이제 외무장관이 된 자리프와 관계가 밑거름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란 프로젝트는 이란측과 비공식 대화를 갖는 것 외에도 여론전의 중요성도 인식해 미국의 지식인 계층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서평매체인 '뉴욕도서비평(NYRB) 편집자를 초기단계에서부터 참여시켰다. 그는 수많은 기사를 통해 이란 프로젝트측의 핵협상 구상들을 여론 주도층에게 전하는 역할을 했다.
위스너 전 대사는 이란측이 자신들과 접촉에서 1953년 쿠데타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면서 "이란측도 우리처럼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록펠러재단은 2003년 이래 이란 프로젝트에 43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군축단체 '쟁기(무기를 농기구로 바꾼다는 뜻에서 평화를 의미)재단'에도 330만 달러를 기부했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쟁기재단은 2010년 이래 이란과 핵협상 타결을 지원하는 데 400만 달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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