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르포> 美대사관 자리 맞은편에 '조국이냐 죽음이냐'

편집부 / 2015-07-03 13:48:21
미국, 쿠바 반제국주의 광장과 마주한 현 이익대표부 자리에 대사관 개관 예정
△ (아바나<쿠바>=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대사관이 들어설 예정인 미국 이익대표부 건물. 2015. 7.3.

<아바나 르포> 美대사관 자리 맞은편에 '조국이냐 죽음이냐'

미국, 쿠바 반제국주의 광장과 마주한 현 이익대표부 자리에 대사관 개관 예정



(아바나<쿠바>=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오는 2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 54년 만에 재개관하는 대사관의 입지는 현재 이익대표부 자리이자 예전 미국 대사관이던 건물이다.

혁명 후 쿠바가 공산화로 치닫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1961년 1월 3일 쿠바와 단교를 선언했다.

양국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정상화를 꾀하던 1977년, 절차의 하나로 양국에 이익대표부 설립하는 데에 합의했다.

이후 미국은 쿠바와의 단교 후 아바나에서 미국을 대신해 이익대표 노릇을 하던 스위스에서 바통을 물려받아 1953년 지어진 이 건물에서 미국 비자 발급, 영사 업무, 공공 외교프로그램 실행 등을 해오고 있다.



2일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현 이익대표부 인근에 있는 30층짜리 건물을 새로 사들여 대사관 확장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51명 정도가 미국에서 넘어와 근무 중인데 앞으로 인력을 더 충원해 쿠바 외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플로리다 주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90마일(약 145㎞) 밖에 떨어지지 않은 쿠바 섬의 지정학적인 가치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익대표부의 맞은 편에는 쿠바 정부가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의 이름을 따 조성한 2000년 반제국주의 광장이 있다.

아바나 시민들이 자주 찾는 말레콘 방파제를 따라 미국을 대변하는 이익대표부와 그 건물을 향해 '조국이냐 죽음이냐. 승리하리라'라는 문구를 보란 듯이 박은 반제국주의 광장은 냉전의 유물이자 현재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반제국주의 광장에는 '깃발의 벽'이 있다. 20m가 족히 넘는 깃대가 미국 이익대표부와 반제국주의 광장 사이에 있다.

미국이 이익대표부 5층에서 2006년 1월 전자광고판을 이용해 정치 선전에 나서자 쿠바 정부가 바로 다음달인 2월 제국주의 확산을 막고자 깃대 138개를 올려 정치 선전을 막는 도구로 활용했다.

테러리즘에 희생된 쿠바인들을 애도하는 뜻을 지닌 '깃발의 벽'은 이날에는 어느 깃발 하나 펄럭이지 않았지만, 해마다 7월 26일 쿠바 혁명 기념일, 노동절 등에는 깃발이 올라 쿠바 사회주의 홍보의 장으로 변모한다.



대사관 재개설로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가 훈풍을 타고 있지만, 54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 봉쇄에도 궁핍하나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쿠바인들은 '빠른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로 미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때 제3 세계 국가를 주도하고 현재에도 북한은 물론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맞서온 국가들과 변치 않은 우의를 강조하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더라도 쿠바의 체제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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