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금고 비어가는 그리스은행…현금보유액 5억유로 불과
"20유로 지폐 부족해 일일 인출한도 사실상 50유로뿐"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그리스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정부의 자본통제 조치에도 그리스 은행들의 현금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콘스탄틴 미칼로스 그리스 상공회의소 회장은 "은행에 현금이 떨어져가고 있다"며 "그리스 은행의 현금보유액이 5억 유로(6천225억원)까지 줄었다는 사실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미칼로스 회장은 "은행 영업중단이 끝난 이후인 오는 7일에도 은행 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면서 "문을 열면 1시간도 안 돼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통제 이후 그리스 국민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서 하루에 60유로까지만 인출할 수 있지만 지폐가 부족해 그나마도 꽉 채워 인출하기 어렵다.
상당수의 은행 ATM에 20유로 짜리 지폐가 없어 사실상 50유로 1장밖에 뽑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라 전체에 현금이 씨가 마르자 중소상인들이나 주유소는 신용카드 지불을 거부하기도 하면서 전반적인 경제 활동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그리스내 사업자들은 관광업마저 벽에 부딪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그리스 중앙은행에 식품과 의약품 수입을 위한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요청한 상태다.
당국에 따르면 이르면 3일 중 중앙은행이 기금을 풀 예정이지만 기껏해야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미칼로스 회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그리스 업계 전체가 아무 것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고, 원료 없이는 자체 생산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원 250명의 올리브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파블로스 데아스는 "조만간 공장 문을 닫아야할 것"이라며 "해외 공급자에게 돈을 보낼 수도 없고 은행 영업중단으로 선하증권이 처리되지 않아 컨테이너 3개가 세관에 묶여있다"고 한탄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