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오바마, 덕분에 기후 업적 추가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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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2월26일 중국 베이징에 스모그가 짙게 깔린 가운데 마스크를 한 주민들. 배경에 천안문이 흐릿하게 보인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이 달라졌어요'…12월 파리 기후회의 전망 밝아져
"녹색 성장이 국익" 정책의지 뚜렷…기후 대응 방해꾼에서 협조자로 이미지 변신
승승장구 오바마, 덕분에 기후 업적 추가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환경재앙을 가져오는 지구온난화 대응 협상에 미국과 함께 최대 장애물로 여겨지던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국의 국제 이미지가 어느새 능동적 협조자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가 종료되는 2020년 이후 신 기후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12월 파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196개 당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서 내실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덩달아, 경제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화당의 저항을 무릅쓰고 기후변화 대응 의제를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레임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또 하나의 굵직한 업적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대응 문제를 논의하고 공동노력키로 합의했을 때만 해도 국제사회는 중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긴가민가한 분위기가 강했다.
지난 2009년 기후변화 대응책임을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대립 속에 열렸던 코펜하겐 기후회의가 거의 파탄이 난 주된 요인으로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내세운 중국의 비타협적 태도가 지목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2030년을 특정해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초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애초 예상보다 5년 빠른 2025년에 정점에 이른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사건이 중국이 '녹색조'로 색을 갈아입으려 한다는 물증처럼 작용해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했다.
런던정치경제대 연구진은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그 정점이 "시 주석이 발표한 2030년보다 2025년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2025년보다 더 빨리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미 비효율적인 오염 공장들을 대거 폐쇄했고 철강, 시멘트 등 중공업 분야 성장의 둔화로 석탄 소비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리들은 '목표를 낮게 잡고 초과 달성하는' 기법을 쓰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녹색 발전' 추진은 중국 지도부의 정치적 지상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계획서에서 석탄 사용을 줄이고 원자력과 풍력, 태양력 등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려 탄소 원단위(carbon intensity)를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60-65%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계획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 책임이 다르다는 입장을 버리진 않았지만, 자국의 "지속적 발전"을 촉진시킬 필요성과 "지구적 기후체제에 전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만성적인 대기오염 문제에 대처하고 기후 충격을 완화하며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확대하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이라고 미국 자원연구소(WRI)의 제니퍼 모건 지구기후국장은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계획서는 "시 주석이 밝힌 계획에 조금 살을 붙인 정도"여서 "모든 환경 과학자들을 만족시킬 만큼"은 안된다면서도 "출발점으로선 좋다"고 평가하고 "중국이 방해자가 아닌 긍정적인 역할자로 자리 잡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경제발전을 위해 '우선 오염시키고 나중에 정화한다'는 입장이던 중국은 사실 2013년 "오염과의 전쟁"을 선언할 정도로 환경오염이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왔다.
지난달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기업에 과세하고 친환경 기업엔 보상하는 내용의 환경세법안을 마련, 입법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환경법 전문가인 에린 리언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법학교수는 환경세는 "시장의 힘을 활용해 환경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으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고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런던정치경제대의 연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따뜻해진' 중국의 환경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지난 2월 전격 발탁된 천지닝(陳吉寧.51) 중국 환경보호부 부장에 대한 기대에도 나타난다.
포린 폴리시는 지난달 22일자에서 마오쩌둥 등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들을 다룬 책 제목 '중국의 붉은 별'을 차용, 천 부장을 '중국의 녹색 별'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영국에서 환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칭화대 총장으로 있던 인물로, 중국의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은 점과 "수십 년에 걸쳐 환경을 희생시켜 무분별하게 발전해온 결과 중국의 환경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힐 수 있는 '용기' 등이 국제 환경전문가들에게 기대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중국의 계획서에 대해 2일 "매우 구체적이어서 기후정책 목표 달성 의지의 진지성을 엿볼 수 있다"는 컬럼비아대 지구에너지정책센터(CGEP)의 데이비드 샌더로 연구원의 평가를 소개했다.
중국의 탄소시장 활용 계획에 대해,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기후변화 대응 수장이었던 폴 블레드소는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자유시장 접근법을 고안했던 미국은 명령통제 방식으로 규제하는 데 반해 공산주의 중국이 탄소 시장을 활용하겠다니 아이러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 40여 개국이 파리 기후회의를 앞두고 감축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브라질, 인도, 일본 등 다른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은 아직 내지 않은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환경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당사국들의 계획서를 다 모아봐도 환경변화를 실질적으로 제어하기엔 부족하겠지만, "어차피 한 방에 끝낼 협상이 아닌 만큼 파리 협약은 오랜 과정을 시작하는 첫발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지구적 환경변화 협약 합의에 대한 장애물로 미국 경제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중국의 진의에 의심을 풀지 않는 미국 공화당과, 개도국의 환경대응 변화를 지원할 부국들의 기금 출연 부진을 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지금까지 계획만으로는 금세기말까지 지구기온의 상승을 2℃ 이하로 낮출 수 없지만, 저탄소 에너지 자원 개발과 석탄 연료의 효율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지난달 밝혔다.
파리 기후회의 전후에 이런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최근 무역협상촉진권(TPA) 확보에서부터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의 보조금에 대한 대법원의 합법 판결,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쿠바와 재수교, '어메이징 그레이스' 찬송에 이르기까지 `일마다 풀리는'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오바마 유산을 또 하나 등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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