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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승,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자 성악 부문 3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차이콥스키 콘서트홀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시상식에서 바리톤 유한승이 남자 성악 부문 3위에 올라 상패와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15.7.2 cjyou@yna.co.kr |
차이콥스키 성악3위 유한승 "그 자리에 섰던 것만으로 만족"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이 대회가 이 정도로 유명한지 몰랐습니다. 전 그 자리에 서 있던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세계 3대 콩쿠르의 하나로 손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남성 성악부문 3위에 오른 바리톤 성악가 유한승(30) 씨는 2일 오후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성적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유 씨는 남자 성악 부문에서 3위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참가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유 씨는 "저는 제가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 보여주려 했을 뿐"이라며 "그것만으로도 이번 콩쿠르에서 소기의 목적은 다 달성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후회가 없으니 결과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
이미 ARD 국제음악 콩쿠르, 독일 쾰른 국제음악콩쿠르, 네덜란드 국제성악대회 등 세계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는 그는 시상식장에 모인 취재진을 보고 새삼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회가 이 정도로 유명한지 몰랐다. 시상식장에 기자들이 정말 많이 왔다. 주위에서 다들 축하해주시니 내가 뭘 하긴 했나 보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3등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콩쿠르 일정상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아내와 아이를 두고 러시아로 와야 했다며 가족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이번 수상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유씨가 거듭 참가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음악가로서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무대가 만족스러워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예선과 본선 1차, 본선 2차를 거쳐 마지막 6명만 결선에 올라가게 된다. 세계적 수준의 경쟁자들이 모인 가운데 결선까지 총 4번의 시험을 거쳐야 하는 방식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만 집중하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이 어떻게 불렀는지 일부러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는 제가 준비한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에게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의 노래는 일부러 안 들었습니다."
그는 고심 끝에 한 선곡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로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콩쿠르에선 모차르트 곡을 많이 한다"면서 "저도 모차르트를 하려다가 비슷비슷한 참가자 사이에서 심사위원들의 기억에 남으려면 다른 작품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바흐 작품을 선택했다. 나름의 전략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가곡 '보리밭'을 포함해 총 5곡을 부른 본선 2차 무대가 제일 만족스러웠다"며 "전체 프로그램 조화가 너무 좋아 떨어진다고 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특출나지는 않았고 제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니까 어머니가 예술중학교에 한번 진학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예술종합합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함부르크음악대학 대학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쳐 현재 카셀국립국장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다. 그런데 내게 맞는 기회가 올까 걱정이 앞선다"면서 "국내에선 공연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니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까 걱정되면서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그러나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제 노래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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