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원리로 돌아가는 것이 인류가 사는 길"
혜국 스님 "우주와 내가 한 몸임을 깨달아야"
첫 저서 '신심명-몰록 깨달음의 지혜' 발간
"상생의 원리로 돌아가는 것이 인류가 사는 길"
(충주=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신심명'(信心銘)은 지금으로부터 1천400년 전 중국 수대(隨代)의 승려이자 선종(禪宗)의 제3대 조사(祖師)인 승찬 대사가 지은 선어록(禪語錄)이다.
73구절, 584자의 짧은 글 속에 불교의 모든 가르침과 선(禪)의 근본이 담겨 있어 '최고의 문자'라는 극찬을 받는다.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인 혜국 스님이 신심명에서 누락되었다는 한 구절까지 포함해 모두 74구절, 592자로 강설한 '신심명-몰록 깨달음의 노래'(모과나무 펴냄)를 발간했다.
석종사에서 하안거 수행 중인 스님을 2일 찾아가 '신심명'이 전하는 가르침에 대해 들어봤다.
스님은 "'신심명'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중도'(中道)에 대해 아주 간결하게 보여준다"며 "신심명의 내용은 '지도무난'(至道無難 : 완전한 도는 어렵지 않다)이라는 첫 구절에 다 들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보통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그 말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영혼이 떠나면 소용없는 눈이고 귀입니다. 과연 누가 보고 누가 듣느냐, 그 '참나'를 완전한 도라고 하는데 그건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기운은 내가 만든 기운이 아닙니다. 나무 한 그루·풀 한 포기가 만드는 산소, 물, 태양 에너지가 만든 칼로리를 섭취해서, 즉 우주 자연에서 에너지를 빌려서 그것으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에너지, 본질에서 보면 나와 여러분이나 모두 한몸입니다. 결국 우주 전체가 내 생명이고, 나는 독립된 내가 아니라 우주와 하나로서의 나인 것입니다. 그것을 완벽한 도라고 합니다. 이것만 깨달으면 인류가 서로 뺏고 투쟁하지 않고, 서로 양보하는 상생의 원리로 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중도입니다. 신심명은 이 중도를 한 구절씩 가르쳐줍니다."
스님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이치만 알면 아프리카에서 밥 굶는 사람들의 고통도 내 고통으로 느끼고 저 고통을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신심명은 이걸 전부 가르쳐주기 때문에 결국 지구와 인류가 살아나는 원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균과 병충해까지도 내 몸으로 보고 상생하자는 게 신심명이고, 악과 선도 둘이 아니라고 보는 게 신심명"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악을 잡아 없애버리려 하는 동안에는 오히려 악이 점점 많아지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중도를 "벽을 허물어 버린 상태, 한 허공인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분별 속에서 분별을 떠난다"는 말로도 표현했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의 눈에는 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을 떠나야 물이 보이고, 물이 보이면 물고기는 살 수 없습니다. 허공에 있는 인간도 허공이 보이면 살 수 없습니다. 허공 속에 있으면서 허공을 떠났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슬픔 속에서도 슬픔의 본질을 보면 슬픔을 떠나게 되고, 화를 내면서도 화내는 본질을 보면 화를 떠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동안 스님이 법보신문에 연재한 신심명 강설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동안 스님이 하신 말씀을 다른 사람이 엮어 책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 스님이 직접 글을 써서 책은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게 기계문명"이라고 생각하는 스님은 컴퓨터를 비롯한 기계문명을 전혀 쓰지 않아 직접 손으로 모든 글을 썼다고 한다.
"고요하고 고요한, 완전한 평화의 세계는 언어의 세계를 뛰어넘는 것이라 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로 남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결국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책을 내게 됐지만, 이 책에서 신심명 내용의 반의반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아주 답답했습니다. 도는 글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책을 내도 도를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책을 안 쓰실 것이냐는 질문에 스님은 "공기 얻어먹고 물 얻어먹고 우주 자연의 힘으로 사는 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요"라고 답했다.
스님께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책에서 쓴 내용은 '상생'의 원리입니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는 원리로 돌아가지 않고는 인류 문명이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인간이 죽어갈 날이 눈앞에서 보이는데 신심명이 인류가 상생의 원리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눈으로 읽지 말고, 즉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가슴으로 읽어달라"며 "책에서 봤던 세계를 얼마만큼 내 삶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승찬 대사가 책을 쓴 뜻대로 중생이 이런 삶을 살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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