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 키리바티 소년 "잠드는 게 무서워요"
윤병세 장관, 반기문 총장 일화 소개…기후변화 경각심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일화까지 소개하며 글로벌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주력했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저탄소 신기후경제 시대와 우리의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워크숍에서다.
윤 장관은 연설에서 "제가 기후변화와 관련해 들은 에피소드 가운데 제 인상에 오래 남아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몇 해 전 남태평양의 작은 도서국가인 키리바티를 방문했을 때 어린 소년과 나눈 대화를 들려주신 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윤 장관은 "소년이 반 총장에게 '밤에 잠드는 것이 무섭다'고 하면서 '어느 날 해수면이 상승해 키리바티가 사라질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중부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티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해수면이 올라갈 것에 대비해 저지대 주민을 고지대로 대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이어 "반 총장이 키리바티에 머문 호텔 방에서 실제로 비상용 구명조끼와 튜브가 배치돼 있었다고 회고하면서 기후변화가 생존의 위협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과 전문기관, 유력인사들의 제언도 동원했다.
윤 장관은 냉전기 핵전쟁 공포를 대변하는 '지구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현재 자정 3분전을 가리키는 것을 거론하며 "지구종말 시계를 고안해낸 핵 과학자들은 이 시계가 과거 자정 5분전에서 2분이 더 빨라진 것은 핵무기에 의한 위협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미국 케리 국무장관이 '기후변화야말로 가장 위협적인 대량파괴무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라고 생각된다"고 그는 말했다.
기후변화가 이미 지구촌의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윤 장관은 "십여년전 대규모 분쟁이 발생한 수단 다푸르 사태도 기후변화에 따른 오랜 가뭄과 물 부족이 종족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기후변화는 지금 지구촌이 직면한 식량·에너지 안보, 물, 보건위생, 자연재해와 난민 문제 등 다양한 범세계적 도전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는 난마처럼 얽힌 글로벌 도전들을 해결하기 위한 금실(golden thread)처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기상기구와 세계에너지기구는 이미 탄소 배출량이 '돌아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에는 얼음이 없는 북극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공상과학 또는 재난영화의 소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기후변화 대처는 '바로 여기서, 지금부터'(Here and NOw)"라면서 "내일의 문제가 아니고 오늘의 문제이고, '저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장관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지금 우리 세대보다 후세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최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보다 37% 감축하는 정부안을 확정한 것에 대해 "2020년 설정된 목표보다 진전된 감축목표를 도출한 것"이라면서 "오랜 고민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으로 국제사회의 기대와 한국의 제반여건을 감안해 적절한 수준에서 설정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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