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총력 기울이다 백제역사유적지는 뒷전?
메이지산업유산에 외교력 집중, "백제도 안심하지 마라"
(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독일 본에서 개최 중인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 한국 대표단은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과 나선화 문화재청장을 차관급 수석 공동대표로 꾸린 정부대표단을 파견했다.
보통 우리의 세계유산 등재가 예정된 때는 문화재 정책 총괄 정부부처장인 문화재청장이 대표단장을 맡고, 외교부 담당 국장이 부단장을 맡는 전례와는 사뭇 다른 대목이다. 특히 외교부에서 세계유산위에 차관급을 파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여느 때 같으면 문화재청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우리의 문화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회의장에서 감사의 연설을 한다.
두 부처가 대표단을 꾸리는 까닭은 세계유산이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관장하는 문화재 분야 업무이기 때문이다.
관례를 깨고 우리 정부가 외교부 차관을 회의에 파견키로 한 것은 이번 대회가 다룰 안건 중에서도 특히 일본의 산업유산 등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번 회의에는 나경원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 4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만큼 이번 세계유산위에 대한 초점은 정부 정책도 그렇고, 일반 사회 여론 또한 일본의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등재 문제가 어떻게 결론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런 사태 전개를 몹시도 씁쓸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일본 산업유산과 더불어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세계유산 등재가 예정된 '백제역사유적지구' 관련 기관과 관계자들이었다.
수석 공동대표를 임명한 우리 정부 대표단은 내부 업무 분장을 했다. 일본 산업유산건은 외교부가 전담하고,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 일은 문화재청이 맡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 시선이 일본 산업유산을 향하는 바람에 어쩌면 이보다 더 조명을 받아야 할 성과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관심에서 밀려난 것이다.
애초 이번 대회를 앞두고 두 유산이 나란히 세계유산위 자문기구로 실사를 담당한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기는 지난 5월4일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두 달 전인 지난 3월에 이런 사실은 이미 우리 정부에서도 파악한 상태였다.
일본의 산업유산군에 포함된 23곳 시설 중에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이 7곳이나 포함됐지만, 이런 역사가 일본의 등재신청서와 이모코스 평가보고서에는 완전히 누락된 사실을 확인한 우리 정부는 대응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 년째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를 준비한 관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백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일본만 있다"는 한숨을 지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700년 백제고도 중에서도 서울(한성)을 제외한 공주와 부여, 그리고 익산지역 유산들을 한 묶음 한 유산들이다.
따라서 이 건을 등재하는 데는 광역지차체로는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기초지자체로는 공주시와 부여군, 익산시의 모두 5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이들 기관은 공동 등재 추진단을 꾸리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분담키로 했다.
이렇게 준비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오는 4일(현지시간) 오후 4시 무렵이면 등재가 결판난다. 이미 등재 권고를 받은 마당에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한국으로서는 12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시점을 앞두고 이들 지자체 대표단은 속속 세계유산위가 열리는 본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지자체마다 5명 안팎을 파견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송하진 전북도지사도 참석해 등재가 이뤄지면 회의장에서 간단히 감사 스피치를 할 예정이다.
등재 결정을 이틀 앞두고 만난 이들 지자체 한 공무원은 "고생한 보람이 좋은 결과가 나와 좋기는 한데, 이런 사실이 너무 안 알려지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 홍보활동에 나선 나선화 문화재청장 또한 이 점을 지적하면서 문화재청 대표단에 "등재 예정이라고 안심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백제를 알리라"고 독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본으로 들어온 나 청장은 등재 결정권을 쥔 세계유산위 위원국 대표들을 잇달아 접촉하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예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위원국 대표들을 만나 얘기해본 결과 백제를 너무 모르더라"라면서 "이번 등재를 백제를 세계에 알리는 출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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