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지자체, '막말' 트럼프에 "넌 해고야"
방송사·백화점·매트리스제조사 등 사업중단…뉴욕시도 계약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기업과 지자체가 대선 출마선언 도중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해 혐오 발언을 퍼부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에게 너도나도 '레드카드'를 던지고 있다.
사업 파트너로부터 잇따라 사업 중단 또는 재검토를 통보받은 트럼프로서는 대권을 잡으려다 경제적으로는 큰 손해를 볼 위기에 처한 셈이다.
1일(현지시간) ABC뉴스와 뉴스데이,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막말 파문을 문제 삼아 트럼프와 사업적 관계를 끊은 기업은 지금까지 최소 6곳에 이른다.
트럼프가 공동 소유한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와 관련된 미인대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 내 최대 스페인어 지상파 TV방송인 유니비전이 지난달 25일 미스 USA 대회 중계를 거부한 데 이어 29일 NBC유니버설도 트럼프와의 사업적 관계를 단절하고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중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NBC는 트럼프가 "넌 해고야"(You are fired)라는 대사를 유행시킨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를 방영해왔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트럼프의 출연은 다시 없을 것이라며 거꾸로 그를 사실상 '해고'했다.
세계 최대의 스페인어권 방송사인 멕시코 텔리비사 방송도 트럼프와 사업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다.
고급 미용제품 제조업체인 파룩시스템 또한 미스 USA 대회와 '어프렌티스'에 대한 후원을 중단키로 했다.
여기에 대형 백화점과 침대 매트리스 제조사가 '반(反) 트럼프' 대열에 동참해 결정타를 날렸다.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는 이날 "우리는 트럼프와 사업관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라면서 지난 2004년부터 매장에서 팔아온 트럼프 남성복 관련 상품을 철거한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매트리스 제조사인 썰타도 이날 성명을 내 "썰타는 다양성에 가치를 두며 트럼프의 최근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럼프와의) 관계를 끝내는 절차에 돌입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트럼프 홈'에서 만든 매트리스를 미국과 캐나다의 매장에서 함께 팔아온 썰타는 올해 말로 만료되는 트럼프 측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예정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뉴욕시는 트럼프와의 계약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언급은 역겹고 불쾌하다. 그런 증오의 언어는 우리 도시에서 설 자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억6천만 달러(약 2천900억원)를 들여 브롱크스의 옛 쓰레기 폐기장 자리에 골프코스를 짓는 등 다수의 뉴욕 시내 부동산 개발사업에 참여해왔다.
18개 골프장을 보유할 정도의 '골프광'인 트럼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골프계로부터 굉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은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정작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등 4개 골프단체는 공동성명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 단체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며 면박을 줬다.
PGA 등 골프단체들은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몇 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히스패닉 단체와 주민들로부터 대회 장소를 옮기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또 유명 래퍼인 플로 라이다, 컨트리 가수 크레이그 웨인 보이드, 팝 가수 내털리 라 로즈가 미스 USA 공연을 취소했고 대회 심사위원들도 상당수 참석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소유의 고급 호텔체인이 신용카드 정보 해킹 피해를 당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지난달 16일 "(멕시코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과 범죄를 가져온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는 이날 CNN에 출연해 "나는 멕시코 사람들을 사랑한다"라며 수습을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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