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 클라크 "이병헌, 연기 맞나 싶게 놀라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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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하는 아놀드 슈왈제네거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서울 호텔에서 열린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내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슈워제네거 "나이 들수록 더 멋져질 수 있다"(종합)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방한 "또 방한해 기뻐…아일 비 백"
에밀리아 클라크 "이병헌, 연기 맞나 싶게 놀라운 연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늙었지만, 쓸모없진 않아(Old but not obsolete)."
'터미네이터'의 대표적 명대사가 "아일 비 백(I'll be back)"이라면, 첫 번째 '터미네이터' 탄생 이후 31년 만에 찾아온 5번째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아우르는 한 마디 대사는 바로 이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늙었지만, 쓸모 있음을 보여준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67)가 한국을 찾았다.
슈워제네거는 다섯 번째 '터미네이터' 영화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개봉에 맞춰 2일 국내에서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 등 공식석상에 나섰다.
슈워제네거는 이날 오전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사에 관한 질문을 받자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쓸모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질 수도 있죠. 배우든, 와인이든, 시가든, 차든 오래될수록 멋진 경우도 있습니다. 저 역시 좋은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카일 리스 역의 배우가 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두 남자의 관계가 시작되기도 하죠. 많은 이들이 따라 하게 될 대사가 될 것입니다."
환갑을 넘긴 지 한참이지만 슈워제네거는 여전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면서 액션 배우로서 몸을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도 소개했다.
"어제 서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고 40분간 운동을 한 거였어요. 오늘도 새벽부터 1시간 동안 운동했고요. 어디를 가든 매일 운동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액션 신을 촬영할 때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30년 전에 비해 큰 부담이 되진 않습니다."
그의 방한은 2013년 2월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의 주연 배우로서 서울을 찾은 이후 2년여 만이다. 2003∼201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그는 주지사 시절이던 2010년에도 방한했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김지운 감독 같은 훌륭한 감독과 멋진 작업을 한 적도 있죠. 돌아오게 돼 기쁩니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일 비 백!"
그는 첫 '터미네이터' 영화가 나온 지 30년이 넘게 지나 돌아온 다섯 번째 영화의 출연을 결심한 데 대해서는 이야기가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이번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기대가 컸지만 반드시 대본, 이야기가 훌륭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 통화 이후 2년이 지나고 나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창의적인 구성, 긴장감, 놀라운 감정들의 움직임이 있는 이야기와 반전이 있는 액션 신을 보며 무척 기뻤죠. 그래서 기꺼이 하게 됐습니다."
그는 터미네이터는 기계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연기생활에는 전환점이 돼줬기에 큰 애착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보디빌더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배우로 전향했다. 근육질 몸매를 강조한 배역을 주로 맡던 그는 '코난'을 거쳐 '터미네이터', '코만도', '토탈 리콜' 등의 잇단 성공으로 액션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제 커리어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것이 첫 번째 터미네이터 역할이었습니다. '터미네이터'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배우로서는 영웅 역할이 좋을 텐데 악역인데도 무척 멋져서 꼭 연기하고 싶었죠. 사람들도 악역인데도 터미네이터를 무척 좋아했고요. 그런 힘에 대한 바람을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후 제 커리어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대규모 액션 영화 맡을 수 있게 됐고요. 그래서 의미가 깊습니다."
슈워제네거는 주지사 퇴임 직후부터 배우로 복귀해 '터미네이터' 후속편, '익스펜더블', '사보타지', '이스케이프 플랜' 등 액션영화에 활발히 출연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슈워제네거는 배우로서 보낸 긴 세월과 정치인으로서 보낸 짧지 않은 세월을 반영하듯 노련한 말솜씨를 선보였다.
정계가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배우로서 현재 모습과 자신이 이제껏 꾸려온 인생이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다.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그리울 때도 있지요. 그러나 다시 연기하는 것을 무척 즐기고 있습니다. 연기와 정치는 관객을 위해 좋은 영화를 만들거나 국민에게 혜택 있는 정책을 만들거나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두 가지 훌륭한 직업을 모두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입니다. 보디빌딩을 하다가 연기를 하고, 정치를 하고,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다니 미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요? 정말 멋진 일이고 누구와도 내 인생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슈워제네거는 다음 터미네이터에 대해서는 이번 영화가 얼마나 사랑받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음 터미네이터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기대는 되지만, 이번 터미네이터가 얼마나 사랑받는지에 따라서 앞으로가 결정되겠죠. 일방적으로 제작해서 내놓기보다 팬들로부터 충분한 기대와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기계와 인간이 펼치는 1984년, 2017년, 2029년의 전쟁을 동시에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주인공이자 인간 저항군 사령관 존 코너의 어머니인 새라 코너를 연기한 에밀리아 클라크(28)도 슈워제네거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여전사 대너리스 역을 맡아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젊은 나이에 '왕좌의 게임'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어머니 역할을 맡게 된 데 대해 "짧은 경력에도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훌륭한 역할모델이 돼 줬기에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과 다른 출연진의 도움이 컸고요, 이 캐릭터가 따뜻한 마음을 지닌 배우이기에 연기해낸 것 같아요."
클라크는 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새라 코너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부담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도 제 연기 생활에 해밀턴의 '터미네이터' 1, 2편에서의 연기가 많은 영감을 줬기 때문입니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뛰어들어 그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양날의 칼처럼 애정과 두려움이 함께 있었죠. 이번 영화에서의 코너는 그 이전 영화와 다른 인생을 살고 있기에 다르지만, 본질적인 그녀의 모습은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는 함께 연기한 한국 배우 이병헌에 대해서는 "연기가 맞는지 놀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병헌은 이번에 악역 T-1000 역을 맡아 코너와 카일 리스를 끈질기게 뒤쫓는다.
"우리가 추가로 특수효과를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고 할 정도로 연기가 멋졌습니다. 제가 트럭으로 카일 리스를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 처음 이병헌 씨를 만났어요. 정말 놀라웠죠. '이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아직 후속편에 대한 논의는 없지만, 만약 또다시 같이 출연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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