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카길 등 사료가격 짬짜미 업체 11곳 적발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장기간에 걸쳐 동물 사료 가격을 담합(짬자미)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축사료 시장에서의 부당공동행위가 드러난 11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773억3천400만원을 부과한다고 2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카길애그리퓨리나(카길), 하림홀딩스[024660], 팜스코[036580], 제일홀딩스, CJ제일제당[097950], 대한제당[001790], 삼양홀딩스[000070], 한국축산의희망서울사료, 우성사료[006980], 대한사료, 두산생물자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 사이에 4년여간 모두 16차례에 걸쳐 돼지·닭·소 등 가축 배합사료의 가격 인상·인하폭과 적용시기를 담합했다.
가격인상 담합은 모두 11차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카길 등 매출액 상위 업체가 사전에 합의한 범위 안에서 먼저 값을 올리고, 나머지 업체들이 며칠 뒤 따라가는 식이었다.
원재료 값이 폭등하던 2006∼2008년에는 이런 담합과정에서 국내 시장의 사료 가격이 60% 정도까지 뛰었다.
반면에 값을 내려야할 때는 인하폭을 적게 유지했다.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인 농협사료가 2009년 농가 안정을 돕기 위해 가격을 낮추자 카길 등 11개사도 며칠 뒤 한꺼번에 가격을 내렸지만 농협보다는 인하폭을 적게 했다.
이들 업체의 대표이사나 부문장들은 수년간 이어져온 '사장급 모임'을 통해 골프장·식당 등지에서 만나 가격을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모임 참석자들은 대개 사료협회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특정 대학 선후배 관계이거나 같은 회사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이 때문에 친밀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가격 논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서로 전화로만 일정을 주고받았을 뿐 논의 결과에 대한 문서 등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담합을 논의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카길에 가장 많은 액수인 249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하림그룹사 계열인 하림홀딩스·팜스코에는 총 87억원, CJ제일제당에는 93억원이 각각 부과됐다. 대한제당은 74억원, 우성사료는 81억원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원재료가격 급등과 같은 시장상황에 공동대응하면서 담합을 하고, 담합에 따른 부당이득이 비교적 크지 않았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찰에는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카길 측은 "일부 직원이 가격과 관련한 논의가 오가는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적절치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치열히 경쟁하는 사료 산업구조상 경쟁업체와의 담합은 절대 없었다. 고객이 입은 피해도 없다"고 주장했다.
카길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법원 항소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영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소나 돼지의 경우 사료에 드는 값이 축산농 전체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에서 담합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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