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EU 운명 가를 그리스 국민투표…누가 웃을까
민심 요동쳐 여론조사 결과도 제각각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위기에 처한 '신들의 나라' 그리스와 유럽연합(EU)의 운명을 좌우할 그리스 국민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채권단 제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오는 5일 실시한다며, 국민에게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호소에도 찬성과 반대 여론이 여전히 팽팽하고 협상 결과와 정부 조치 등의 추이에 따라 민심이 요동치고 있어 어느 쪽도 투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채권단안 찬성 vs 반대 '팽팽'
지난달 30일 아테네 도심 국회의사당 앞의 신타그마 광장 인근에는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네'(NAI·예) 집회와 거부하자는 '오히'(OXI·아니오) 집회가번갈아 열렸다.
'네' 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 명이, '오히' 집회에는 1만3천 명이 참석해 각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엇갈린 민심을 반영하듯 국민투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그야말로 춤을 추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GPO가 BNP파리바은행의 의뢰로 실시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찬성'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47.1%, '반대'가 43.2%로, 찬성이 4%포인트 가량 앞섰다.
애초 처음 국민투표 실시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협상안에 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반대표가 점차 늘어나면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달 24∼26일 카파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47.2%, 반대 33.0%였던 것이, 정부의 설득 등에 힘입어 28∼30일 프로라타의 조사에서는 반대 54%, 찬성 33%로 크게 뒤집힌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연금삭감안에 반대해온 연금수급자들이 은행 영업중단 등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점차 반대표에서 이탈하면서 찬성과 반대가 비등비등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민심이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투표 결과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월가 '큰손' 투자자 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5명이 '찬성' 결과를 예측한 반면, 이에 앞서 이코노미스트 정보분석팀은 투표결과가 '반대'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영국 베팅업체 패디파워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가 협상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 그렉시트 여부에서는 '잔류 희망'이 우세
찬반이 엇갈리는 협상안 수용 여부와 달리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잔류를 희망하는 쪽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리스 정부 역시 협상안 거부가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은 국민투표에서 반대 결과가 나오면 유로존에서 탈퇴할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며,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고 말했고,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반대표를 던져야하는 6가지 이유'라는 글을 통해 "유로존 내 그리스 지위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상안 찬성이 우세하게 나온 지난달 카파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이 67.8%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바라는 응답자 25.2%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그리스 국민의 바람과 무관하게 국민투표에서 반대 결과가 나오면 그렉시트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민투표 실시 결정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종전 45%에서 60%로 높였고, 이코노미스트 역시 그렉시트 가능성을 60%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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