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유럽항로 해운 물동량 9분기만에 최악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그리스 위기가 국제 해운업계에도 두통거리로 등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일 보도했다.
유럽 지역의 경기가 밝지 않아 해운업계의 물동량이 둔화 상태에 머무는 데다 해운강국인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향후 업황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형 해운회사인 가와사키 기센(川崎汽船)은 지난 3월 20피트(약 6m) 컨테이너를 최대 1만4천개까지 적재할 수 있는 대형 화물선 5척을 진수했고 유럽 항로에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와사키 기센의 경영진들은 컨테이너 화물의 운임이 비정상적으로 하락한 상태여서 고민이 크다.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은 6월 중순에 한때 200달러 초반가지 떨어져 2009년 10월 이후 최처치를 기록했다. 최근에 500달러까지 회복된 상태이지만 채산성이 있는 1천400∼1천500달러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선박을 운항할수록 적자가 부풀어오르는 셈이다.
운임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물동량 감소 때문이다.
일본해사센터에 따르면 1분기 유럽 항로의 물동량은 작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4월에도 물동량은 9%나 줄었다.
분기별 물동량 감소는 9분기만에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유럽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동량은 7%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가와사키 기선은 물론 세계적 해운회사인 머스크라인(덴마크)과 MSC(스위스) 등이 잇따라 유럽 항로에 대형 화물선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화물 수요가 주춤한데도 새로운 화물선은 속속 건조되고 있는 것은 향후 해운 화물의 수급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와 함께 심화하는 그리스 위기도 해운업계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역사적으로 해운업이 번성해왔다.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대형 해운회사는 물론 2~3척의 화물선을 운용하는 중소 해운회사까지 포함하면 해운회사는 약 1천개사에 이른다.
디폴트에 따른 자본 규제 조치가 시행되면서 그리스 시중은행들은 대출에 응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외국 은행과 거래하기 힘든 중소 선주들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자금 압박에 몰린 중소 선주들이 저가 수주에 나서면 가뜩이나 침체된 운임이 더욱 하락할 소지가 없지 않다. 일본 주요 해운회사들의 컨테이너 선박 보유 비율을 보면, 가와사키 기센이 50%로, 쇼센미쓰이(商船三井. 43%)와 니폰유센(日本郵船. 29%)보다 훨씬 높다.
메릴린치 일본 증권에 따르면 가와사키의 유럽 항로 수시 계약 비율은 75%에 이른다. 안정적인 수익원인 연간 계약 비율이 낫고 시황에 흔들리기 쉬운 수익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 이 회사의 주가는 여러가지 악재 때문에 연중 최저치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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