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의원들, 발트3국 독립에 이의 제기…과거사 논쟁 확산
검찰에 조사 요구…리투아니아 "소련 잇는 러시아도 불법국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 및 서방 간 갈등이 과거사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30일(현지시간) "발트3국의 독립을 승인한 지난 1991년 소련 국가평의회 결정의 합법성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현재 이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소속 의원들이 검찰에 소련 국가평의회의 발트3국 독립 승인 결정의 합법성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의원들은 국가평의회가 소련 헌법의 관련 조항 변경 없이 설립된 비(非)헌법적 기구였다면서 따라서 이 기구의 결정도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소련 국가평의회는 붕괴 직전의 소련 국내외 정책 결정을 위해 1991년 9월 설립된 임시 국가 최고 의결기구로 소련 대통령(미하일 고르바초프)과 연방 내 10개 공화국 수장들이 성원으로 참여했다.
국가평의회는 설립 후 첫 회의에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검찰이 실제로 발트3국 독립의 합법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지는 미지수지만 이 사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가 소련 붕괴 과정의 합법성을 문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검찰은 앞서 지난 1954년 이루어진 크림의 우크라이나 귀속 결정이 불법이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검찰은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 의장 세르게이 미로노프의 관련 질의에 답하면서 "당시 러시아 공화국이나 소련 헌법 어디에도 연방에 속한 구성원의 헌법적 지위 변경에 관한 최고소비에트의 권한을 인정한 조항은 없다"면서 "따라서 1954년 러시아 공화국과 소련 최고소비에트 간부회의의 크림 지위 변경 결정은 위헌"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러시아의 움직임과 관련 발트3국의 하나인 리투아니아가 먼저 발끈하고 나섰다.
리투아니아 의회 의장을 지낸 비타우타스 란드스베르기스는 "러시아가 또다시 우리를 논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발트3국은 이같은 도발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요하면 "우리도 검찰에 (국가로서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의 적법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차르 체제를 전복시키고 그 가족들을 살해한 불법 국가"라고 지적했다.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소련 정권 수립 과정에서 볼셰비키가 차르 정권을 무너뜨리고 혁명 이듬해인 1918년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그 가족을 처형한 것 등이 모두 불법이라는 비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 끝없는 과거사 논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더욱 복잡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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