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간우주선 발사 실패한날 인류 최장 우주체류기록 경신
러시아 우주인 파달카 총 804일 우주 체류 기록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지난 28일은 인류 우주개발사(史)에 적어도 두 가지 사건(?)이 기록된 날이라고 한다.
그중 하나는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 X의 무인우주선 발사가 실패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 최장 우주체류 기록이 경신됐다는 사실이다.
스페이스 X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8일 오전 10시 21분(한국시간 오후 11시 21분)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화물선 드래건호를 실은 '팰컨 9' 로켓이 발사됐지만, 발사 후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팰컨 9 로켓은 발사된 지 약 2분20초 만에 폭발했고 로켓과 화물선 잔해들은 대서양으로 추락했다.
우주선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 중인 우주인들을 위한 식료품과 실험장비, 그리고 장차 미국 유인우주선의 ISS 도킹용 접합(도킹)부 등 약 2.5t 분량의 화물이 실려 있었다. 스페이스 X는 지난해 나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미국 보잉과 함께 2017년 첫 번째 유인우주선을 제작, 그해 4월 ISS에 발사할 예정이지만 이번 사고로 일정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우주개발에 쏟아붓고 있지만 2011년 스페이스 셔틀이 퇴역한 이후 이를 대체할 유인우주선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ISS에 우주인들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러시아의 '소유스' 화물선이다.
물론 스페이스 X는 나사와의 계약에 따라 2012년 이후 6번에 걸쳐 화물 운송용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켰고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유명 기업인이자 발명가로, 스페이스 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44세 생일날이기도 했다. 머스크 회장은 사고 후 "내 생애 가장 훌륭한 날은 분명 아니었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썼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번 화물선 발사 실패로 ISS에 체류 중인 우주인들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 4월 28일 러시아의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가 3단 로켓 고장으로 ISS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난달 8일 대기 중에 소실되는 등 내리 두 차례 ISS에 대한 화물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사의 찰스 볼든 국장은 타스 통신에 "ISS에는 우주인들이 몇 달 동안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있다"고 확언했다고 한다.
미국은 또 다음 달 3일 발사예정된 프로그레스호를 통해 ISS 미국 부분에 시급히 필요한 부품들을 공급하겠다는 러시아 측 제안도 거부했다고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 29일 자 인터넷판이 전했다.
팰컨 9이 공중 폭파한 날 러시아 우주인 겐나디 파달카는 인류 최장 우주체류 기록을 경신했다. 파달카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6월 29일 오전 2시(한국시간 28일 오후 8시)를 기점으로 총 804일째 우주 체류라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은 역시 러시아 우주인인 세르게이 크리칼료프가 2005년 10월 수립한 803일이라고 한다. 크리칼료프는 6차례, 파달카는 5차례의 우주원정을 통해 세운 기록이라고 한다.
파달카가 처음 우주원정에 나선 때는 1998년으로, 당시엔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를 향했다. 파달카는 이후 이번까지 포함해 이후 4차례 ISS로 원정을 떠났다. 기록을 경신하려면 앞선 기록보다 최소한 5%는 넘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파달카의 최장 체류 기록이 공인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파달카는 자신에게는 5번째인 이번 제44차 ISS 원정이 종료되는 오는 8월이면 880일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본인은 이 기록에 전혀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파달카는 이번 원정에 나서기 전 "기록을 경신하는데 멈출 생각이 없으며 앞으로 1천일 우주 체류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차례 원정 중 최장 우주 체류기록은 러시아인 의사 발레리 폴랴코프가 1994~1995년 '미르'에서 세운 것으로, 437일이었다고 한다.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 16개국이 참여해 1998년 착공된 다국적 우주 정거장으로, 크게 러시아 섹션(ROS)과 미국 섹션(USOS)의 두 구역으로 나뉜다. ROS는 ISS 전체에 대한 유도, 항법, 통제, 메인 추진기관, 메인 생명유지장치를 담당하고 USOS는 가장 큰 실험실, 일본의 키보, 유럽의 콜럼버스, 2천500㎡ 면적의 태양전지판, 추가적인 생명유지장치(산소발생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에 속하는 350km 고도에 떠 있으며 시속 2만7천743.8 km의 속도로 매일 지구를 15.7 바퀴 돌고 있다. 2011년 4월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는 3개 모듈을 추가해 ISS의 러시아 섹션이 2016년까지 완공될 것이라면서 ISS의 이용 기간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파트너 국가들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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