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컬러히잡에 스마트폰' 무르익은 변화욕구

편집부 / 2015-06-30 04:39:41


<테헤란 르포> '컬러히잡에 스마트폰' 무르익은 변화욕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요즘 테헤란 젊은이들에게 '핫 플레이스'는 아보아티시(물과 불) 공원이라고 한다.

숲 속 오솔길이 쾌적하면서 아늑했고 이란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대형 육교가 공원의 명물이다.

저녁이 되면서 공원 곳곳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벤치에 어깨를 두르고 나란히 앉은 연인부터 숲길을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책하는 남녀가 쉽게 눈에 띄었다. 수줍어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거리를 두고 걷는 20대 초반 남자 2명과 여자 2명은 오늘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이들이 분명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과 '폐쇄'라는 선입견으로 이란을 본다면 꽤 당황스러운 장면일 수밖에 없다.

이란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성의 히잡(이슬람권 여성이 머리를 감추기 위해 쓰는 스카프) 색깔 역시 다른 중동 국가에선 보기 어려운 총천연색 '컬러 히잡'이었다.

히잡은 머리카락을 모두 가리는 게 정석이지만 이란 젊은 여성들은 앞머리를 자연스럽게 내놓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히잡 위엔 선글라스가 살짝 걸쳐져 있었다.

손에는 모두 최신형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

여느 나라 10대, 20대처럼 친구, 또는 연인과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데 정신이 없었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면 이곳이 이란인지, 유럽의 한 나라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자유와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중동 다른 국가에선 모르는 여성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것이 금기시되곤 하는 데 이 공원에서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오히려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려보이기도 했다.

히잡과 스마트폰은 어떻게 보면 '형용 모순'격일 수도 있겠지만 최신 기술은 이슬람의 문화에 그렇게 스며들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말을 붙이자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데이트 중이던 카셈(20)은 "그렇다면 북한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란은 북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며 "이란 젊은이들은 개방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했다. 시장이 개방되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게 이란 젊은이들의 기대다.

이란의 실업률은 10% 안팎으로 높다. 이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탓에 물가 억제와 함께 이란 정부의 경제 정책 1순위이기도 하다.

이란 정부가 2009년 반정부 시위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 접속을 차단했다. 카셈은 그러나 "다 접속하는 방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으로 치면 용산 전자상가와 같은 테헤란 도심 파야테게트(중심부) 센터엔 최신형 스마트폰이 즐비했다.

공식 수입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한국 전자회사는 물론 애플과 휴렛패커드(HP), 중국 화웨이 매장이 손님을 끌어 모으는데 여념이 없었다.

애플의 아이폰은 이란에 공식적으론 수입할 수 없지만 전문 무역상들이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와 이란에서 판매 중이다. 이란 정부도 이를 알고 있지만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이란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대 이하 젊은 층의 욕구를 무작정 억누를 순 없다는 점을 이란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매장을 운영하는 핫산씨는 "이란의 정보통신(IT) 시장은 이미 타결된것 같지 않느냐"며 "개방이 본격화되면 중동 최대의 보물섬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