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633㎞ 국토종주 성공한 발달장애인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29일 오후 부산 낙동강 하구둑 국토종주자전거길 종점에서 인천 아라수문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오는 633㎞의 대정정을 성공한 발달장애인 류청우(23·사진왼쪽), 황동현(32·사진오른쪽)씨가 화이팅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6.29 ready@yna.co.kr |
자전거로 국토 종주 발달장애인 "편견 없애고 싶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발달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고자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닷새 만에 633㎞ 자전거 국토 대장정을 끝내고 29일 오후 목적지인 부산 낙동강 하구둑에 도착한 발달장애인 황동현(32), 류청우(23)씨는 "해냈다"고 연방 외치며 기쁨을 토해냈다.
지난 24일 인천 아라갑문을 출발해 낙동강 하굿둑까지 하루 100㎞가 넘는 고된 강행군 속에서 늘 꿈꿔오던 순간이었다.
그간의 고된 여정을 말해주듯 두 청년의 피부는 햇볕에 새카맣게 타 있었지만 종주의 끝 자락에서 자신을 마중나온 친구들을 향해 브이자를 그리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두 발달장애 청년을 뒤따르면서 완주를 물심양면 도운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김정일 사무국장의 얼굴에도 두 청년에 대한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류씨는 "장애인도 국토 종주를 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서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발달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는데 성과가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닷새간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출발 하루 전인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장마 때문에 25일에는 반나절 넘게 비를 맞기도 했다.
김 사무국장은 "경상북도 이화령고개를 넘는 게 고비였습니다. 쏟아지는 비에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저 같은 사람들도 '한계가 왔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두 청년이 정말 잘 버텨주었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무리를 한 게 쌓인 탓인지 27일에는 류씨가 열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예정에 없던 휴식이 잡혔고, 애초 나흘 만에 완주하려던 계획은 하루 늦춰지기도 했다.
여정 내내 수차례 체력의 한계점에 부딪혔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두 청년은 김 사무국장의 '조금만 참아보자'는 다독임에 성공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씨와 류씨는 현재 경남에서 발달장애인의 주체적 사회활동을 위한 '당사자 운동'을 하고 있다고 김 사무국장은 전했다.
발달장애와 지적장애인 지원단체와 부모회 등은 있지만 장애인들이 스스로 만든 단체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을 사회의 한 '당사자'로 봐주지 않고 일방적인 보살핌 등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국내에는 만연해 있는데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그렇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황씨는 "발달장애인이니까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게 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면서 "발달장애라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만 조금 있으면 '발달장애인도 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