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수류탄 세례 속 총선 강행…일부 투표 지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현 대통령의 3선 출마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와 불발 쿠데타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중동부 부룬디에서 많은 투표소가 수류탄 공격을 받아 일부 투표가 지연되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29일(현지시간) 총선이 시작됐다.
그러나 모든 야당이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고 아프리카연합(AU)이 선거감시단 활동 거부를 선언하는 등 혼란상태에서 강행되는 총선이 순조롭게 마무리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총선과 지방선거에 앞서 무장단체들이 수도 부줌부라와 일부 지방에서 투표소에 수류탄을 투척, 일부 투표가 지연됐다고 경찰과 선거 관계자들이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투표가 시작된 지 몇 시간 후에도 무장괴한들이 수도 부줌부라 무수가 구역 투표소 근처에 수류탄을 던졌으나 사상자가 있는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고 AFP 사진기자가 말했다.
프로스퍼 은타호르와미예 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일부 투표가 폭력으로 지연된 것 외에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일부 지역 상당수 투표소가 늦게 문을 열었다.
시리아크 부쿠미 선거관리위원장은 "간밤에 투표소들이 공격을 받는 바람에 부줌부라 시내에 있는 많은 투표소에서 아직 투표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데프로이드 비지마나 경찰청 차장은 "무장단체들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등 투표소를 공격했으나 경찰이 저지했다"고 말했다.
9년 전 내전이 끝난 뒤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부룬디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야당이 선거 불참을 선언한 뒤 총선과 대선을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연합(AU)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 의장은 성명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하고 투명하고 신뢰할만한 선거를 위해 필요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AU는 부룬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선거감시단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에 은타뵤하뉴마 부룬디 국회의장은 28일 브뤼셀로 출국한 뒤 언론을 통해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의 3선 출마가 불법이라며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부룬디 제1야당 지도자 찰스 은디티제는 지난 26일 모든 야당 대표가 서명한 서한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한 뒤 "모든 야당이 현재 상황에서 공정한 투표가 불가능하다며 만장일치로 선거 보이콧을 결의했다"며 총선과 대선 불참을 선언했다.
선거 연기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온 부룬디는 국회의원 선거는 29일, 대통령선거는 7월 15일로 각각 연기한 바 있다.
부룬디에서는 지난 27일 밤 3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 지난 4월 25일 은크룬지자 대통령 3선 출마시도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와 불발 쿠데타로 70명 이상이 사망했다.
부룬디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 중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때는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됐다며 3선 도전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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