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테러범 왜?…'외로운 늑대' 소행 추정
가족들 "평범한 청년인데…혼란스러워"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지난 26일(현지시간)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튀니지 휴양지에서 최소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범의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추종 그룹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칼리프 국가'와 전쟁을 벌이는 '십자군 동맹국들' 국민을 처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에 참여한 '아부 야햐 알카이루아니'라는 가명의 테러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튀니지 정부는 아직 성명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튀니지 정부는 테러범이 수도 튀니스에서 남서부로 80㎞가량 떨어진 조용한 마을 가포 출신으로, 카이로우안에 있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배우는 세이페딘 레즈귀(23)라고 확인했다.
튀니지 정부는 레즈귀가 국외로 나간 적이 없다고 밝혀 이라크나 시리아에 가서 IS 합류했다가 돌아온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는 배제됐다.
그는 튀니지 보안 당국의 감시대상 리스트에도 있지 않았다. 튀니지에선 지난 3월 수도 튀니스에 있는 바르도 국립박물관에서 알 카에다 연계 단체가 테러를 벌여 외국인 관광객 17명을 포함해 22명이 사망했다.
IS 추종 그룹이 레즈귀를 '칼리프의 전사'라고 치켜세웠지만, 그의 가족과 친척들은 다른 청년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면서 혼란스러워했다.
삼촌 알리 레즈귀는 일간 텔레그래프에 "뉴스와 사진을 보고 우리 모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엄마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는 헤어젤을 사용하고 좋은 옷을 입고 브레이크댄싱을 추고 경연에 참가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레즈귀도 수염을 기르지 않지만, 그가 수염을 기른 사람과 같이 있는 걸 못 봤는데 칼라쉬니코브 소총으로 사람들을 죽였다니 혼란스럽다"고 했다.
테러 전날에도 레즈귀를 봤지만 그가 테러를 벌일 것이라는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레즈귀가 테러를 벌이기 직전에 고향을 찾아가서도 평소와 다른 모습은 보이지않은 것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레즈귀 계정으로 짐작되는 페이스북 계정에는 IS를 지지하는 수많은 포스팅들과 몇몇 IS 선전 동영상들이 있었지만 랩 음악,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 축구대회 아프리카 컵에서 튀니지의 승리 가능성 등을 적은 포스팅들도 여럿 있었다
그가 올해 1월1일 마지막으로 올린 포스팅은 "이런 부당한 세상에서 저를 거두시어 사람들을 처벌하고 고통받게 하소서. 그들은 죽을 때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글이었다.
이런 정황들은 레즈귀의 테러가 IS를 추종하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라는 추정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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